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 강제단속 중 미등록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을 직권조사한 결과, 단속반이 단속 과정 전반에서 적법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권위는 정부에 관련자 징계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법무부는 그간 ‘적법 절차를 지켰으며, 추락 원인이 피해자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인권위는 13일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미얀마 국적의 미등록노동자 딴저테이(27)씨 사망 사건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법무부 산하 인천출입국·외국인청과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김포의 한 건설현장 간이식당을 급습해 미등록체류자를 단속했다. 이 과정에서 딴저테이씨가 8m 지하로 추락해 숨졌다.

인권위는 단속반원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속반이 2개월 간 현장을 조사해 사고 위험을 예상할 상황에서 안전확보 계획서 등을 작성하지 않고 강제단속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법무부 훈령인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준칙)’은 권역별 합동단속을 할 땐 안전 확보 방안이 포함된 단속계획서를 작성하도록 명시한다. 단속반은 현장 관계자의 동의를 묻지 않고 강제단속에 들어갔는데, 이 역시 출입국관리법 및 준칙 위반이다.

단속 과정에서 물리력도 과도하게 사용했다. 단속반은 당시 미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한국인과 외국인을 무작위로 수갑을 채웠고, 그 뒤에 신원을 확인했다. 인권위는 이를 두고 강제력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한 출입국 관리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단속반이 이 과정에서 반말과 욕설을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법무부는 국적을 확인한 뒤 수갑을 채웠으며 욕설 등 인권 침해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딴저테이씨 사망 100일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딴저테이씨 사망 100일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인권위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조사과장 A씨와 조사과 직원 B씨를 징계하라고 권고했다. 위반 항목과 관련한 세부지침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또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미등록체류자 단속 절차에도 영장주의를 적용하는 등 체포 및 연행 요건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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