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가 언론과 기업의 낯 뜨거운 유착 관계를 보여주는 박수환 뉴스컴 대표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도했다. 문자메시지들은 대부분 기업이 박 대표를 통해 홍보성 기사나 기사 수정 및 삭제를 청탁하고, 언론사 간부가 이를 들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끈끈한 유착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박 대표는 평소 언론사 간부들에게 금품과 명품 등을 지급했고, 때론 언론사 간부 자녀의 취업 청탁마저 기업에 전달했다. 

손석희 JTBC 대표가 차량에 누구랑 동승했는지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씨 사이의 공방을 경마식 경쟁 보도로 열을 올리는 언론들이 ‘박수환 문자’에 대해선 이상하리만치 무관심하다. 박수환 문자를 보도하는 매체들은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시사인, 미디어오늘, 고발뉴스, KBS, MBC 뿐인데, KBS와 MBC를 제외하면 이들 매체엔 공통점이 있다.

▲ 2013년 10월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사진=뉴스타파
▲ 2013년 10월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사진=뉴스타파
그 공통점은 이 글 말미에 언급하겠다. 그보다 먼저 이 칼럼 주제인 언론 수익 모델의 현황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언론의 핵심 수익 모델은 1800년대에 광고로 정착된 이후 200년간 유지됐다. 생산물인 뉴스를 직접 팔기보다는 뉴스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뉴스 옆에 광고를 붙이는 방식으로 언론사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뉴스를 제작하며 회사를 운영했다. 

200년간 문제 없이 돌아간 이 수익 모델은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급격하게 무너졌다. 지난해 11월 메리츠종금증권이 발표한 ‘2019년 미디어광고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전체 11조 1290억원의 광고 시장에서 신문과 잡지는 1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전체 광고 시장은 매년 조금씩 커지고 있으나, 신문과 잡지가 기록하는 광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이다. 반면 광고 시장에서 온라인의 존재감은 지속적으로 커졌다. 일례로 네이버는 2002년 광고 매출액이 74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광고 매출액은 2조6000억원이 넘는다.

의외로 눈여겨 볼 점은 기성 매체의 광고액이 예상보다는 상당하다는 점이다. 신문과 잡지가 여전히 전체 광고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광고 효과 때문일까.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신문이나 잡지 광고를 보고 물건을 구매한 분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오랜만에 신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예상 외로 여전히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광고들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광고 효과가 없는 광고라는 상품을 어떻게 팔고 있는 것일까. 이미 언론사와 기업의 관계자들 대부분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언론사의 핵심 수익 모델이 ‘광고’에서 ‘보험’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언론사는 보험에 가입한 기업의 이익에 종사하고,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적게 낸 기업들에 보복을 한다. 이런 이유로 일선 기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데스크에게서 ‘홍보성 기사’나 ‘조지는 기사’를 발주 받는다. 

그런 발주를 받은 뒤 비판할 만한 사안을 찾아서 보도하더라도 기자도 모르게 온라인에서 사라지는 기사들이 적지 않다. ‘비판’이 목적이 아니라 ‘보험상품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것이 보도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0년을 기억한다. 그해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언론사들은 종합편성채널을 신청하기 위해 자본금 3000억원을 채워야했다. 언론사의 ‘보험’ 수익 모델이 기업들을 유난히 괴롭힌 한 해였다.

▲ 윤형중 LAB2050 연구원.
▲ 윤형중 LAB2050 연구원.
언론사가 ‘콘텐츠’와 ‘광고’가 아닌 ‘보험’을 판다는 이 희한한 상황이 고착화된 현실을 인식한 뒤 박수환 문자를 보면 별로 놀랍지 않다. 새로운 시장환경에 잘 적응한 이들끼리 남들보다 좀 더 일탈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박수환 문자를 제대로 보도한 매체들은 핵심 수익 모델이 ‘보험’이 아닌 공통점이 있다. 보험을 팔지 않아 영세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언론이 ‘보험’을 파는 현실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 계속 이래야 하는 것인지, 대안은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필자는 9년여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의제화에 실패했다. 계속 실패하지만 다시 한번 문제제기를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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