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근래 크게 늘은 실업급여 지급액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악화 쇼크”라고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직후 시작된 보도양태다. 모호한 추측을 기정사실화하며 애꿎은 사회안전망 확충 의의만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 현황 보도는 지난해 1월부터 매달 나오고 있다. 언론은 고용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 자료를 매번 인용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대폭 늘어난 실업급여 지급 규모를 두고 “사상 최대”라거나 “5개월째 폭증”이라며 기록 경신 보도를 쏟아내 그 이유를 “최저임금 고용쇼크”에 돌리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수급자(실직자)가 늘었다는 취지다.

실업급여 폭탄 프레임도 자주 등장했다. 거의 매달 기록 경신 기사를 내던 매일경제는 “폭증한 실업급여가 2018년 9월까지 5조원에 육박”(10월10일)하고 “올해 33%나 급증해 고용기금이 고갈될 판”(11월6일)이며 결국 2018년 6조7000억원이나 들었다고 비판했다.

▲ 2018년 한 해 경제지·보수지 실업급여 보도 헤드라인 모음. 그래픽=이우림 기자
▲ 2018년 한 해 경제지·보수지 실업급여 보도 헤드라인 모음. 그래픽=이우림 기자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사회 실업급여 안전망 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실업급여 수혜율은 37.3%고 저소득층은 이보다 더 낮은 10% 내외다. OECD 23개국 평균 수혜율 69.7% 절반 수준 이하다. 실업자인데 실업급여를 못 받는 사각지대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는 뜻이다. OECD 회원국 평균 최대 지급기간은 15개월인 반면 한국은 8개월까지다. 임금대체율도 50.5%(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수급자(실직자)는 대폭 증가했으나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최저임금을 탓하려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율(16.4%)이 실업률을 늘렸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보도엔 근거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확인한 연구결과도 아직 없다. 경제지는 단순히 통계수치 앞뒤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악화가 실업급여 수급자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적었다.

급여 지급 확대가 경제침체 국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실업급여가 워낙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연동해 실업급여도 올라가 실직기간 생활 부담을 줄여줘 전체 소비수요를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자본주의 사회엔 항상 경기 상승·하강 국면이 있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실업문제가 심화되는데 실업급여는 바로 그 안전망”이라 지적했다.

근거없는 실업급여 때리기가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특수고용노동자, 문화예술인, 청년 구직자·장기실업자 등 사각지대에 있는 실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줄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230만명(2015년·국가인권위), 문화예술인은 39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정부는 현행 1.3%에서 1.6%로 보험요율 인상 계획도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해부터 “고용보험기금도 건강보험처럼 몇 년 내 구멍 난다”(7월9일)거나 “내 월급 30%가 4대보험·세금으로 빠져나간다. 500만원 월급쟁이, 4대 보험료 연 76만원 더 낸다”(9월6일)고 비판했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실업급여는 정부, 국회,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확대를 고민할 문제지 지급액이 늘어났다고 매도할 사안이 아니다. 저성장 사회에서 사회안전망이 넓어졌단 긍정적 방증”이라며 “4차산업 혁명을 강조해온 그간의 보도를 보건대 경제지들도 자가당착 논리에 빠져선 안된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 유연성도 실업급여 확대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