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구미 박정희 생가 발언이 권한 남용에 기회주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 발언은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이른바 ‘배박’ 비난에 답하면서 나왔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일 경북 구미 소재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후 배박 논란에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 그렇게 했습니다. 그때 제가 볼 때는 수사가 다 끝났다. 그러니까 이 정도에서 끝내자 해서 수사 기한 연장을 불허했습니다. 그것도 했는데 지금 얘기하는 그런 문제하고는 훨씬 큰 일들을 한 거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이해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라고 답했다.

황 전 총리 발언은 최순실 특검 수사 연장 불허의 이유가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서였다고 읽힌다. 특히 불허한 것이 다른 일 보다 훨씬 큰 일을 했다고 본인 스스로 인정했다. 나아가 법과 원칙에 따른 특검 수사 연장 불허 결정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받아들여진다.

당시 황 전 총리는 충분히 수사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권희 당시 총리실 공보실장은 지난 2017년 2월27일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실장은 탄핵과 특검 수사를 놓고 국론이 분열된 점을 감안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황 전 총리는 박 대통령을 위해 “큰 일들을 한 것”이라고 말해버렸다. 이에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자백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충분히 수사가 돼서 연장을 불허했다고 다시 해명했다. 박근혜 지지자들 표를 얻으려고 했던 해명을 다시 해명하는 등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황 전 총리의 발언은 법과 원칙에 의해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 연장 불허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법과 원칙 국내상황에 대한 고려가 아닌 박근혜 봐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기가 찰 일이다. 직권남용에 해당될 뿐 아니라 자격 없는 사람이 야당 대표 후보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홍 수석대변인은 “당시 특검 수사 연장은 사상 첫 탄핵 이후 수사여서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더구나 삼성과 SK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수사를 원천 봉쇄한 특검 수사 연장 불허 결정이었다. 황 전 총리는 책임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문제가 되니 다시 황 전 총리가 (어젯밤에) ‘충분히 수사가 됐기 때문에 했다’고 한발 뺐는데, 그러면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황교안 전 총리는 진박도 배박도 아닌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며 “박근혜의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황 전 총리는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적극 방조하고 실행한 박근혜의 아바타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의 탄핵결정을 하자마자 그는 박근혜를 버렸다”고 비판했다.

문 대변인은 “탄핵이 결정된 박근혜가 청와대 안 거처에 유폐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황교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명패를 만들었고 황교안 권한대행이 선명하게 박힌 시계를 만들어 돌린 것이었다”며 “이제와 직권남용을 자백하면서까지 진박 인증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을 위해 특검수사 연장을 불허한 것처럼 발언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KBS와 프레시안, 노컷뉴스 등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지난 11일 오후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특검 연장 거부가 박 전 대통령을 위해서 한 것이라는 발언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질의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수사할 것은 다 했기 때문에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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