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가 고객사인 대기업을 위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 기능을 조작하려 한 정황이 ‘박수환 문자’로 드러났다.”

지난 8일 뉴스타파는 과거 홍보대행사에서 언론과 기업을 연결하는 ‘로비스트’로 활약하던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OB맥주 임원이 서로 주고받은 문자를 입수해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대로라면 박 전 대표는 OB맥주 송아무개 전무에게 ‘소독약 루머’로 OB맥주의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1700만원이 든다고 설명한다. 네이버 모바일 통합검색 영역에서 부정 콘텐츠를 밀어내고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검색어 삭제 작업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뉴스컴 쪽에서 이런 작업을 직접 수행하며 대기업에 필요한 비용을 요구하고, 박 전 대표와 밀접한 언론을 활용해 여론몰이까지 시도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만 봐서는 박 전 대표가 OB맥주 ‘소독약 루머’와 관련해 시도한 검색어 삭제가 ‘여론 조작’에 해당하는지 근거가 부족하다. 뉴스타파 기사대로 박 전 대표가 의도적인 검색 기능 조작을 했다면 네이버도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방조했다는 정황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8일 뉴스타파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⑤ 네이버 여론조작과 CJ 회장 구명” 리포트 갈무리.
지난 8일 뉴스타파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⑤ 네이버 여론조작과 CJ 회장 구명” 리포트 갈무리.
네이버의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검색어는 이용자의 검색 패턴이나 추이 등을 기술적으로 분석해 관련 검색어를 알고리즘으로 추천해 주는 검색 편의 기능이다. 네이버 측은 홍보대행사와 같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검색어 삭제 요청이 있다고 해서 임의로 이를 등록하거나 제외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네이버가 공개하고 있는 ‘자동완성·연관검색어 노출 제외 기준’을 보면 “자동완성·연관검색어는 성인음란성 용어, 불법범죄성 정보와 같은 유해 정보를 차단하고, 사생활 침해나 허위사실 유포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정책 규정에 따라 키워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네이버는 이 같은 KISO의 검색 키워드 제한 규정에 따라 △개인정보 노출(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등) △명예훼손(허위사실로 인한 피해 등) △저작권 침해 △성인·음란, 불법·범죄 △오타, 욕설·비속어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검색어로 의심되는 경우 연관검색어가 제외될 수 있도록 자동완성어와 연관검색어 하단의 ‘신고’ 버튼을 통해 신고도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노출된 연관검색어나 자동완성어가 이런 제외 기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누구든지 해당 검색어에 대한 제외 요청을 할 수 있다”며 “다만,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주장에 따른 제외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어야 검토 및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홈페이지에 게시된 제3자의 명예훼손 검색어 제외 요청에 대한 안내문
▲ 네이버 홈페이지에 게시된 제3자의 명예훼손 검색어 제외 요청에 대한 안내문
뉴스타파가 문제 삼은 OB맥주 건은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사유에 해당한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OB맥주 대리인(뉴스컴 측)은 2014년 8월29일과 9월4일, 9월16일 세 차례에 걸쳐 네이버 측에 명예훼손 사유로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어에서 ‘OB맥주’를 제외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앞서 8월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의심받은 OB 카스맥주를 조사한 결과, 카스 맥주의 맛을 더 좋게 하려고 넣은 산소로 맥주 성분이 유통과정에서 고온에 노출돼 산화하면서 발생한 냄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안전한 물질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네이버 측은 “OB맥주 측에서 제출한 소명자료인 식약처 설명자료를 확인했으며 해당 검색어가 KISO의 정책규정에 따른 제외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관련 검색어를 제외 처리한 바 있다”며 “해당 제외 이력을 검증했던 KISO 네이버 검색어 검증위원회에서도 네이버의 조처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KISO 검증위는 지난 2015년 3월25일 낸 검증보고서에서 “이른바 ‘맥주 소독약 냄새 사건’의 경우, 신고에 따라 곧바로 관련된 검색어를 제외하지 않고 식약처의 발표 결과를 확인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처리했는데, 이는 적절한 대처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OB맥주 측이 홍보대행사를 통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검색어 삭제를 네이버에 요청한 것을 ‘여론 조작’으로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OB맥주 측은 식약처 발표 후 검색어 삭제를 요청했고, 네이버는 당사자의 위임장을 받은 대리인을 통해 신고를 공식 접수해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의 판단을 근거로 검색어를 제외했다. OB맥주 측이 여러 차례 요청한 이유도 연관검색어가 검색 알고리즘에 따라 재차 생성됐기 때문이다.

2014년 8월14일 JTBC ‘썰전’ 방송화면 갈무리.
2014년 8월14일 JTBC ‘썰전’ 방송화면 갈무리.
외려 뉴스타파 보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박 전 대표가 기업의 돈을 받아 부정적인 이슈를 덮기 위해 언론과 어떻게 유착했느냐에 있다. 기업이 홍보대행사에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 것은 불법이 아닐 수 있지만, 언론인이 홍보대행사의 청탁과 뇌물을 받고 기사를 썼다면 범죄 행위다.

박 전 대표가 OB맥주 임원에게 1700만원을 요구하며 부정 콘텐츠를 포털에서 밀어내던 시기에 조선일보엔 OB맥주 사례를 들며 악성 루머로 경쟁사를 비방한 회사는 엄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이 실렸다. 당시 조선일보 주필 겸 편집인은 송희영이었고, 송 전 주필은 박 전 대표의 기사 청탁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또 박 전 대표와 OB맥주 임원이 주고받은 문자에는 두 사람이 2014년 8월14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OB맥주의 부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걷어내려고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기업과 홍보대행사가 언론의 편집·제작권에 관여하며 부정한 수단을 동원했다면 이야말로 수사가 필요한 여론 조작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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