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학자로 꼽히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가 11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민주화운동 망언에 “민주공화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 양식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2013년 5월24일자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을 공유하고 “‘5월 광주’는 한국 민주주의의 빛이다. 5·18을 음해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해 행위이자 국헌 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6년 전 자신이 쓴 칼럼 “‘5월 광주’ 대한민국을 비추다”에서 “정치적 무의식의 수면 아래 잠겼던 ‘5월 광주’는 불사조처럼 부활해 87년 6월의 시민 항쟁을 가능케 했다. 이것이 오늘의 헌정(憲政) 시스템인 87년 체제의 출발점”이라고 5·18을 평가했다.
윤 교수가 6년 전 자기 칼럼을 다시 꺼낸 것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에 있다. 이 당 소속인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공청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거나 5·18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으로 폄하해 전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공청회는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주최한 것으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극우인사 지만원씨는 이날 발표자로 나서 “전두환은 영웅”, “5·18은 북괴가 찍어서 힌츠페터를 불러 독일 기자 이름으로 세계에 방송하게 한 것” 등의 주장을 펼쳤다.
윤 교수는 11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만원씨 등이 이야기하는 북한 특수부대 광주 투입설은 ‘사실 무근’으로 확정됐다. 북한군 개입은 없었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객관적 사실로 밝혀졌다”고 다시 한번 힘줘 말했다.
윤 교수는 “(광주시민을 난폭하게 진압한) 전두환 일당에 대해 대법원은 국헌 문란의 내란 행위라고 최종 판단을 내린 바 있다”며 “공당인 자유한국당이 지씨와 같은 시대착오적이고 반동적 인물을 국회로 불러 발언권을 준 것은 민주공화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 양식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교수는 “한국당 내 자정 장치가 결여된 듯하다”며 “정치적으로 봐도 심대한 자충수다. 한줌의 극우 세력, 수구 반동 집단만을 우호 지지층으로 간주하고 집권을 바라는 건 심각한 패착”이라고 쓴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