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신뢰부터 회복하고 얘기하자”
“유튜브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지?”

구글 뉴스를 총괄하는 리처드 깅그라스 부사장이 지난달 25일 ‘2019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 서울 포럼에 참석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강조한 발언을 전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구글이 저널리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유튜브는 왜 방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음모론·허위정보 부추기는 유튜브

유튜브는 혐오표현과 음모론·허위정보가 유통되는 가장 강력한 창구가 됐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특성은 검열과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미디어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올라오게 했다. 자동화된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문제적 콘텐츠에 날개를 붙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배열하는 인기영상 섹션에는 네이버나 다음에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유튜브 인기영상에 오른 콘텐츠 가운데는 “문의 위험신호, 최종경고!!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졌다”와 같은 문재인 대통령 건강이상설은 물론 “손석희 폭행 불륜 이야기” “손석희 부인 신현숙 눈물 흘린, 손석희의 불륜녀 안나경만 아니다 여러 여자랑 동침했다, 손석희 더러운 은밀 생활 진실 터졌다”와 같은 사실과 다른 자극적인 썸네일 텍스트가 붙은 내용이 있다. 지난해 인기영상에는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노회찬 의원 타살설, 문재인 대통령 금괴 보유설과 같은 음모론 콘텐츠가 적지 않았다. 

▲ 2월 첫 주 유튜브 인기영상에 오른 콘텐츠.
▲ 2월 첫 주 유튜브 인기영상에 오른 콘텐츠.

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따르면 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이용자들이 체류하는 시간을 70% 이상 늘리고 있는데 이를 위해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콘텐츠는 내용을 따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음모론적인 내용까지도 빈번하게 추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극단주의자들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을 악용해 자신들의 사고를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교묘히 심었다고 보도했다. 편향되지 않은 영상을 미끼로 활용한 다음 점차 수위를 높이는 영상이 추천되도록 해 사람들이 극단적인 내용에 빠져들게 한 것이다.

유튜브의 전 엔지니어인 기욤 샤스로는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가디언을 통해 폭로했다. “체류시간에만 집중된 유튜브 추천 시스템은 필터버블과 페이크뉴스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 동영상의 품질과 다양성 개선을 위한 알고리즘 수정방안을 제시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이처럼 유튜브는 단순히 ‘한쪽 의견’을 보여주면서 필터버블을 초래하는 것을 넘어 음모론과 허위정보를 방치하거나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유튜브 개선 대책의 맹점

유튜브가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유튜브는 지난달 음모론 및 허위정보와 그 경계에 있는 정보를 추천 영상에 뜨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종사자 수, 트래픽, 수상 실적 등을 감안해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의 정보가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혐오표현의 경우 식별 알고리즘을 발전시키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문제가 될만한 영상에 사전 정보를 함께 띄우는 등 맥락을 덧붙이는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개선이 어느 국가에서 이뤄지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글로벌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매체별 특성을 조사하고,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콘텐츠 내용을 판단해야 할 대책들은 한국 도입 여부가 불분명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존리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은 사회 기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유튜브와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 존리 구글코리아 사장. ⓒ 연합뉴스
▲ 존리 구글코리아 사장. ⓒ 연합뉴스

실제 유튜브의 대책은 한국과 미국의 온도차가 크다. 증오 콘텐츠에 대기업 광고가 붙어 보이콧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 유튜브는 사과하고, 알고리즘 개선 계획을 밝혔지만 CJ 광고에 혐한 콘텐츠가 붙었을 때 구글코리아는 국내에도 같은 개선이 이뤄지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극우뉴스 사이트 인포워즈가 약자와 소수자를 모욕하는 콘텐츠를 올리자 유튜브는 “편파적 발언과 괴롭힘에 대한 우리의 정책을 반복해서 위반할 때 계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면서 계정을 없앴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전례가 없다.

또 다른 맹점은 심의의 불완전성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콘텐츠를 심의할 때마다 잣대가 논란이 되는 것처럼 표현물의 문제점은 명확히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문화권이나 국가별로 잣대가 다르기도 하고 수 많은 국가의 언어로 제작되는 콘텐츠의 문제점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힘들다. 인공지능을 통해 개선한다고 하지만 언어에 따라 필요한 기술 수준이 다르고 기술이 불완전해 엉뚱한 콘텐츠의 수익창출이 중단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유튜브가 신뢰를 얻으려면

즉,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 완벽할 수 없고 국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표현물과 관련한 규제를 도입하면 부작용과 오남용 우려가 더 크다. 국내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유튜브의 주장이 신뢰를 받고,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국내에서 국내 기업처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내에서도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유튜브는 글로벌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얼마나 삭제했는지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정보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네이버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검토 대상 및 과정.
▲ 네이버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검토 대상 및 과정.

둘째, 자율규제 참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자동완성 검색어 처리와 관련해 자율규제 기구에 의한 검증을 받고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 검증으로 네이버의 부적절한 검색어 처리가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추천, 배열, 심의 알고리즘을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네이버가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만들어 전문가로부터 뉴스 배열 알고리즘의 필터버블 형성 여부를 검증받은 점도 참고할 만하다. 유튜브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내 자율규제 기구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셋째, 이용자를 대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신문은 독자편집위원회, 방송은 시청자위원회를 두면서 독자와 시청자의 피드백을 받는다. 네이버와 다음도 여러 서비스와 관련해 이용자 위원회 제도를 운영했다. 

넷째, 언론 및 시민사회와 제대로 된 소통이 필요하다. 유튜브의 정책이 국내에 반영되는지, 국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배열하고 심의하는지 담당자를 두고 적극 소통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코리아는 허위정보 처리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었으나 구글코리아는 지금까지 이 같은 행사를 열지 않았다. 구글코리아는 콘텐츠 삭제의 적절성과 관련한 취재 때는 “개별 채널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추상적인 가이드라인을 보낸다.

▲ 유튜브 로고.
▲ 유튜브 로고.
세계적인 기업인 유튜브에게 한국 시장은 크지도 않고,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책무를 강화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방법이 통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튜브는 의도했건 아니건 국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유력 뉴스 플랫폼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국정감사 증인 출석, 규제 법안 발의 등 국회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게 과거 네이버를 향한 언론의 지적이었다. 이제 유튜브가 이 무게를 견뎌야 하는 위치가 됐다. 세금 징수 문제 뿐 아니라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부과하는 사회적인 압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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