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란 이름의 해괴한 행사가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회의실 앞은 행사 시작 전부터 행사참가자와 행사반대자 사이 욕설과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도 쉽게 목격됐다. “김정은 개XX 해봐!”, “가짜 유공자들!” 같은 막말이 들려왔다. ‘아수라장’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국회에서 이러한 행사가 열린다는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공안검사 출신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군인 출신 이종명 의원이 이날 행사를 주최한 국회의원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곳을 지나가자 “배신자”라는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대회의실은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800여명의 중장년층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모두 기립해 애국가를 제창하고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을 했다. 행사장엔 개인 유튜브 채널의 촬영기기로 보이는 스마트폰 20여개가 생방송 중계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자유한국당 당대표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은 동영상 축사에서 “제가 제일 존경하는 지만원 박사님”이라고 운을 뗀 뒤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물러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종명 의원은 지만원씨가 1980년 광주에 있었던 북한군이라 주장해온 ‘광수’ 사진들을 가리켜 “이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이 북괴군이 아니라 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주장하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 의원 주장은 거짓이다. 지난해에도 지만원씨가 북한군으로 지목한 ‘73광수’가 자신이라며 나타난 지용(76)씨가 “무지하게 열 받는다”며 지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광주에서 올라온 5·18희생자 유가족들은 행사장 바깥 복도에 주저앉아 분통을 터뜨리며 눈물을 삼켰다. 한 유가족은 “지만원이 혼자 지껄이다 말겄지 했는데 여까지 왔어. 국회까지 왔어. 신성한 국회를 망쳤어. 장소를 만들어준 자유한국당이 문제야. 이게 뭔 국회야”라고 소리쳤다. 행사장 바깥에선 몇 시간 내내 고성이 오가며 멱살잡이가 반복됐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지만원 씨는 전두환 편에 서서 허위사실로 5.18과 광주를 모독해 이미 법정에서 배상판결까지 받은 당사자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인사를 ‘5.18 진상조사위’에 추천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이제는 운운하기도 민망한 헛소리에 동조하고 마이크를 쥐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행사를 두고 “자유한국당의 5.18 역사 인식이 지만원의 망상에 기댄 참담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 왜곡에 동조하고 지금도 고통 받는 5.18 피해자와 광주의 원혼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지만원씨가 준비한 발표 자료집 마지막 대목은 이랬다. “광주는 우리의 적입니다. 5·18은 좌익과 우익의 총력전입니다. 여기에서 패하면 적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