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난 5일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6월 안에 김용균씨 사망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고 방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씨가 맡았던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동자들은 공기업을 통해 정규직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용균씨 장례도 7일부터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3개월 만에 설비점검 도중 숨진 지 58일 만이다.

연휴가 끝난 지난 7일 모든 신문이 이 사실을 보도했지만 일부 매체의 시선이 유난히 대비됐다. ‘위험의 외주화’ 뿌리가 공공부문 민영화에서 비롯한 사실을 깨달은 신문과 그렇지 않은 신문이다.

▲ 지난 5일 오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서울 광화문 김용균씨 분향소를 찾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더는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故김용균시민대책위 제공
▲ 지난 5일 오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서울 광화문 김용균씨 분향소를 찾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더는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故김용균시민대책위 제공

조선일보, 직접고용 질타하며 ‘산재는 현장 문화 탓’

이날 6개 일간지 가운데 단 한 곳이 ‘위험의 외주화’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인데, 이번 합의를 보도하지 않은 중앙일보를 빼면 유일하다. 조선일보는 이번 합의를 두고 △전문성을 높이는 민간의 경쟁체제가 무너지고 △공공기관 인건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14면에서 “정부는 그동안 전력산업 독점을 막으려고 민간 업체 육성을 추진, 중견 기업들이 전문성을 키워왔다”며 “이번 대책으로 민간 경쟁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당장 발전 5사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경영 효율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사설에선 “신설 공기업에 흡수될 2200여명의 대다수는 민간기업 정규직 직원들이라고 한다”고 했다. 

▲ 7일 조선일보 사설
▲ 7일 조선일보 사설

그럼 조선일보는 고 김용균씨를 비롯한 하청업체 노동자가 위험에 내몰리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진단할까? 답은 사설에서 엿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발전소 안전사고, 공기업이 맡으면 다 해결된다는 건가”에서 “한국이 산재 후진국이 된 것은 원청업체가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을 도외시해온 산업 현장 문화 탓도 분명 있다”고 썼다.

본질에서 완전히 빗나간 주장이다.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직무를 민간 하청업체에 맡기는 체제가 ‘죽음의 경쟁’을 불러왔다고 지적해왔다. 발전 5사는 발전정비 경쟁입찰을 진행하면서 민간 하청업체들의 적격 기준을 애초 가이드라인보다 대폭 낮췄다. 경쟁 기준은 ‘기술 수준’이 아닌 ‘입찰 금액’에 맞춰졌다. 이에 따라 해당 설비 운전 혹은 정비 경험이 전무하거나 적정한 설비를 갖추지 못한 회사가 낙찰됐다. 낮은 노무비는 노동자들을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여건에 내몰았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민간 경쟁 성과’가 곧 위험의 외주화였던 셈이다.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민간기업 정규직’이라는 주장의 허구성도 누누이 지적해왔다. 이들은 3년마다 원청 뜻에 따라 재계약을 해 고용이 불안정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그대로지만 3년마다 더 싼 비용을 제시한 업체로 적을 갈아타야 하는 경우도 잦다. 조선일보는 이 사실들을 언급하지 않고 “정부가 노동계의 장기 투쟁에 밀려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질타했다.

경향신문 “(자회사 고용도) 또다른 위험의 외주화”

경향신문도 공기업을 통한 직접고용이 온전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정반대 시각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으려면 원하청 수직구조를 해소해야 하는데, 이번 대책이 원청 직접고용까지 가닿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경향의 이날 보도에 “공기업이 고용한다지만 ‘자회사’…경상정비 분야는 빠져”라고 제목을 달았다. 경향은 “당정이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분야 2200여명의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들이 위험에 주로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전환 방식을 놓고는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경상정비 분야는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한계를 직접 짚었다. 이번 정규직 전환 약속이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핀셋 대책”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별도의 공기업을 통한 직접고용을 두고는 “원청 의무를 하청에 떠넘기는 위험의 또 다른 외주화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김용균대책위가 이번 합의를 수용하며 “유기적으로 통합된 발전 업무가 원청과 하청으로 나뉘는 ‘외주화 구조’는 극복되지 못했다”는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7일 경향신문 6면
▲ 7일 경향신문 6면

한국일보 “합의안 따른 직고용 늦어질 수도”

한국일보는 이번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동자·사용자·전문가가 협의체를 세워 신설 공기업의 구체적 형태를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발전업계는 정규직 확대에 경영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 7일 한국일보 10면
▲ 7일 한국일보 10면

한국일보는 발전업계와 노동계의 합의안 평가가 엇갈리며 앞으로 통합협의체가 세부 방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직고용 진행이 하염없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국일보는 발전공기업 관계자 입을 빌려 “통칭 ‘위험의 외주화’는 정부의 산업 구조개편에 따른 발전 부문 민영화의 결과인데, 정부가 이를 뒤집고 외주화된 부분을 재공영화하기 위해 새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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