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혁신벤처기업인 7인과 만나 불만과 쓴소리를 듣는 등 경제인 접촉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만난 일부 기업인은 역대 정부의 정부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 왜곡을 걱정했다며 거침없이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반기업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며 기업이 투명해지면 의식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벤처 1세대 창업자 및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유니콘 기업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과 성과를 점검하고, 보완‧개선 과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 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등 7인의 1세대 벤처 창업자와 이른바 유니콘 기업인이 참석했다. 유니콘 기업이란 비상장기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달성하는 이례적 현상을 상상의 동물 ‘유니콘’에 비유해 붙인 이름으로, 미국 VC ‘카우보이벤처스’ 창업자 에일린 리(Aileen Lee)가 2013년 처음 사용했다.

정부에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조한기 제1부속·주현 중소벤처비서관, 김의겸 대변인 등이 동참했다.

고 부대변인은 이 자리가 “최근 형성된 혁신창업 열기를 제2의 벤처붐으로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벤처 1·2세대와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혁신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혁신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고 부대변인이 소개한 기업인들의 요구사항과 불만사항은 거침이 없었다. 특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곤 했다. 지원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 기업 진입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정부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킨다는 발언을 두고 고 부대변인은 “‘정부의 지원책’이란 김대표가 창업한 이래 역대 모든 정부들이 내놓은 정책들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는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 내는 문제에 있어서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되었으면 한다”라고 요구했다.

국내 벤처자본의 공격적인 투자를 밀어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도 있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이 중요하다. 국내 벤처캐피털이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좋겠다. 정책 목적의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창업주가 장기 안목을 가지고 운영하도록 살펴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고 부대변인은 김범석 쿠팡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한국 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과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한국이 국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빨라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그러므로 저러한 불확실성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또한 그들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욱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며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고 부대변인은 전했다.

주 52시간 근무를 두고 이 대표는 “주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된다.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에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다”라고 주장했다.

권오섭 L&P 대표는 “많은 청년들은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해오던 구인광고를 하고는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취업방송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바이오헬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한 4차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다. 현재 한국은 우수한 인재, 뛰어난 IT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북한에는 우수한 과학인재들이 있다. 반면 의료환경은 열악하다. 북의 의료문제 해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 트레이닝 센터를 만드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마무리 말씀에서 “반드시 새로운 분야의 혁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 혁신을 근간으로 해서 다른 분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반기업 정서를 언급한 기업인들의 우려를 두고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안에 해소되리라 본다. 초기 큰 부를 이룬 분들이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것이 있어 국민들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최근의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으로 여러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 기업을 향한 국민들 의식 개선은 금세 이뤄지리라 본다”고 답했다.

반기업 정서라는 언급이 나온 배경을 두고 고민정 부대변인은 “유니콘 기업과 벤처 1세대 창업주 같은 경우 자산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들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갈수록 날카로워진다는 현실에 고민을 토로했다. 거기에 대통령의 답변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불확실성을 두고 “한국에 대한 해외의 이미지 또한 많이 변화했고 계속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한반도 리스크일 텐데 그 부분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자신 있게 기업활동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장점보다는 단점들을 더 부각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적이 나온다면 국민들도 규제 유무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혁신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을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혁신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을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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