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연다고 발표하면서 이 회담에서 세기의 성과물이 나올지 주목된다.

벌써부터 북미 뿐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4자가 모여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의 역사적 종전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한창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가능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베트남에 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북미간 협상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상징적 의미의 성과물 보다 실질적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논의가 진행중이라는 해석도 있다.

‘극적인’ 4자회담 가능성의 근거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지난 3일자 기사(‘Xi Jinping and Donald Trump ‘may meet in Da Nang, Vietnam’ at the end of February’)다. 이 외신은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중 정상이 2월27~28일 베트남에서 만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그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과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다낭에서 만날지도 모르며, 그들이 거기서 양국의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여러 언론이 베트남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고, 시진핑 주석도 만날 전망이 나오니 우리 대통령까지 모여 4자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화일보(석간) 7일자 4면 머리기사 ‘靑 “4자 종전선언 가능성 낮다”지만…‘文 베트남行’도 대비’

-경향신문 7일자 5면 머리기사 ‘청, 문 대통령 베트남행 배제 안 해…남·북·미·중 4자 회동 여지’

-국민일보 7일자 5면 ‘다시 빨라진 ‘평화 시간표’… 베트남 담판서 ‘종전선언’ 나오나’

-세계일보 7일자 1면 ‘4자 정상회담 가능성 거론…종전선언도 급물살 타나’

-서울신문 7일자 5면 ‘트럼프 “이달 말 시진핑과 회동”… 베트남서 ‘4자 종전선언’ 가능성’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아침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베트남에 문재인 대통령도 가서 4자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27~28일 (북미 정상이) 만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다면 28일 만난다는 이야기”라며 “시진핑 주석과 함께 종전선언을 한다고 하면 사실 휴전협정의 상대국은 북한, 미국, 중국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을 부르지 않고 세 명만 한다는 것은 너무 시 주석을 올려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협상이 잘 마무리 되면 4자가 모여서 종전선언까지도 갈 수 있다”며 “평화협정도 가능하다. 북미 연락사무소까지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현실적으로나 협상의 단계에서 볼 때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같은 방송에 나와 4자 종전선언 가능성을 두고 “쉽지 않다”고 정반대로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지금 비건-김형철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두고 거기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얘기가 나온다면 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진도를 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6일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을 두고 “북미 사이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려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이런 유보적 전망의 배경에는 북미 협상의 단계가 ‘종전선언’을 이미 뛰어넘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은 애초 지난해 4월27일 남북정상선언에 포함된 내용이다. 연내에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의 전단계로 여겨왔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초입단계에 필요한 일종의 촉진제라는 의미다. 그런데 북미의 논의는 이미 시기적으로도 그 단계를 지났고, 본격 ‘비핵화 로드맵’까지 진행되고 있어 종전선언이 협상에서 그다지 중요한 의제 항목에서 밀려났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혹자는 설령 북미 정상이 종전선언에 합의한다고 해도 굳이 중국 주석과 우리 대통령까지 불러들여 완벽한 형태의 종전선언을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한다.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해도 베트남에서는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핵심은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와 같이 양국이 실질적인 성과를 주고 받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한편, NSC는 7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2차 북미 정상회담(2.27~28, 베트남) 준비와 관련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평양 방문과 실무협상 동향에 대해 논의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실질적 조치들이 합의되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후 서명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후 서명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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