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의 뜨거운 감자 합산규제 도입 논의가 다시 시작된다. IPTV의 케이블 인수합병이 추진되는 가운데 합산규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월 임시국회에서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합산규제는 사실상 동일시장이지만 별도의 규제를 받던 케이블,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합해 규제하는 것으로 한 사업자군이 33% 이상의 점유율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2015년 도입 때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3년 일몰’로 법을 제정하고 추이를 지켜본 뒤 재논의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는 재논의를 하지 못해 지난해 일몰됐다.

KT는 2018년 6월 기준 합산 점유율 30.86%(올레TV 20.67%, KT 스카이라이프 10.19%)에 달한다. SK브로드밴드 13.97%, LG유플러스 11.41%로 통신3사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케이블 사업자 CJ헬로 13.02%, 티브로드 9.86%, 딜라이브 6.45% 순이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유료방송업계가 IPTV 주도의 케이블 인수합병으로 재편되는 길목에서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큰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가장 예민한 사업자는 KT다. KT는 점유율 상한에 임박해 가입자 유치에 제동이 걸리고 현재 추진 중인 케이블 업체 딜라이브 인수를 포기해야 한다.

다른 사업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는 합산규제로 KT 가입자 유치와 인수합병에 제동이 걸린 사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규제가 장기화되면 SK 주도 인수합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통신사에 주도권을 뺏긴 케이블TV방송협회는 합산규제 연장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데 정작 인수합병 가능성이 큰 유력 케이블 업체들의 속내는 합산규제에 비판적이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인터넷 방송사업자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사업자 육성을 위해 합산규제를 도입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해외 사업자들에 맞설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업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높고 유료방송을 대체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내 사업자들의 위기감이 크다. 강력한 콘텐츠를 가진 사업자가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규제로 묶기보다는 모든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미디어의 강세와 합산규제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구글이 단순히 가입자 확보나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키운 것은 아니다. KT가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 합산규제 재도입이 안 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며 “공정경쟁 환경을 만들어 국내 방송시장의 질서와 선순환 구조를 찾는 것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공룡 사업자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요금이 비싼 유료방송을 넷플릭스가 대체한 해외와 달리 국내는 유료방송이 넷플릭스와 비슷한 가격대기 때문에 유료방송을 대체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분리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비공개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분리하지 않을 경우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를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산규제의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려면 KT스카이라이프가 그냥 스카이라이프가 되면 된다. 그러면 규제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도 “KT스카이라이프의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반드시 합산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KT스카이라이프 위성.
▲ KT스카이라이프 위성.

그러면서 여야 의원들은 KT스카이라이프의 독립성, 공공성 확보방안 마련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에 요구했다. 답변을 받는대로 합산규제 도입 여부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언론노조는 토론회를 열고 KT스카이라이프의 지분을 정부, 공기업, 공영방송 등이 소유해 위성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KT가 케이블업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자 KT스카이라이프 분리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KT스카이라이프 지분 매각을 정부나 국회의 마음대로 논의할 수 없다. KT는 민영기업으로 스카이라이프 분리는 KT 이사회가 판단할 문제다. 매각을 한다 해도 인수 때를 기준으로 가격 경쟁성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결정하게 되면 배임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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