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누리꾼 사이에서 허위보도 의심까지 나온 ‘설 차례상 도전기’ 기사 논란에 대해 기자가 친가와 외가 쪽 제사 기억을 혼동해 친척 명칭을 오기해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해명문을 올렸다.

문제 기사는 설 명절 다음 날인 지난 6일 오전 6시에 게재된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다. 차례상을 더 이상 차리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명절파업’ 선언으로 말미암아 3대 독자인 20대 남성 기자가 차례상 음식 준비부터 차림까지 전 과정을 경험한 후 쓴 체험기사다.

논란은 이날 오전 기사의 두 번째 단락 문장이 재차 수정되며 불거졌다. “어릴 때 숙모와 형수님만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만들고 삼촌들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는 부분이다. 누리꾼들은 ‘3대 독자인데 숙모와 형수가 있을 수 있느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 2월 6일 오전 6시에 보도된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 기사.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 2월 6일 오전 6시에 보도된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 기사.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문장은 1~2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수정됐다. ‘숙모와 형수님’은 ‘고모와 외삼촌’으로 1차 수정됐고 다시 ‘고모’로 수정됐다. ‘삼촌’ 단어도 ‘고모부와 외삼촌’을 거쳐 최종 ‘고모부’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누리꾼들이 ‘기자가 실제 3대 독자가 맞느냐’ ‘소설 쓴 게 아니냐’고 비판한 것.

중앙일보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가 차례·제사와 관련해 친가와 외가 쪽 기억을 함께 쓰다 양쪽 친척 명칭을 뒤섞여 쓰는 실수를 했다. 기자는 3대 독자가 맞고 직접 체험해 쓴 기사도 맞다”며 “(누리꾼) 지적이 일리가 있어 온라인 기사의 잘못 적은 표현을 수정한 것”이라 밝혔다. 기사 상 삼촌, 숙모, 형수 등은 외삼촌, 외숙모, 외사촌형수 등 외가 쪽 친척을 뜻한 것으로 기억 오류 상의 실수였다는 것이다.

바이라인(By Line·기자이름) 정정 논란도 있었다. 최초 기사엔 ‘이태윤·이병준 기자’라고 두 명이 작성자로 등록됐으나 최종 ‘이병준 기자’ 한 명으로 정정됐다. 이를 두고도 보도의 진실성 논란이 불거졌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내부 기사등록 시스템상 문제로 기사를 승인한 기자의 이름이 자동 올라갔다. 삭제 후 내보냈어야 하는데 그 부분까지 보지 못하고 최종 바이라인(기사 말미 부분)만 보고 냈다”고 해명했다. 실제 작성자는 3개월 전 채용된 수습기자인 이병준 기자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 7일 오후 해당 보도 말미에 해명글을 올렸다. 중앙일보는 “차례나 제사와 관련해 친가와 외가 쪽의 기억을 함께 쓰다 생긴 일이며 혼란을 없애기 위해 친가(고모·고모부) 쪽 얘기로만 수정했다. 이번엔 외할머니가 기자의 집으로 오셔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차례도 별도로 지냈기 때문에 오해가 커졌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번 기사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들이 차례 음식을 차려본다는 취지에서 작성됐고 장보기부터 뒷정리까지 기자가 직접 했다”며 “기사에서 밝힌 ‘3대 독자’도 사실이다. 이병준 기자는 1남 2녀 중 막내, 기자의 아버지는 1남 5녀 중 넷째, 기자의 할아버지는 외아들”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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