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4호기의 운영허가안을 의결하자 원자력안전단체와 녹색당 등이 주요 밸브 누설 등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허가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원안위는 지난 1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해맞이로 658-91)의 운영허가안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한국의 26번째 원전 신고리 4호기가 가동되면 24기로 원전이 늘어난다. 원안위는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운영을 허가한다면서도 다만, 원안위와 전문위에서 중점 논의된 가압기안전방출밸브(POSRV)와 화재위험도분석에 개선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POSRV’란 원자로 냉각재의 과압을 보호하는 안전설비로 원전 가동에 필수 기기다.

원안위가 제시한 해당 조건은 △‘가압기안전방출밸브(POSRV)’ 관련 설계변경 등 누설저감 조치를 2차 계획예방정비까지 완료 △다중오동작 분석결과가 반영된 화재위험도분석보고서를 2019년 6월까지 제출하고 원안위 검토결과에 따라 절차서 개정, 설비보강 등의 후속절차를 진행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내용 중 적용된 기술기준이 BTP CMEB 9.5-1 로 인용된 부분에는 모두 RG 1.189(rev.0)로 변경할 것 등이다.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전문위)의 POSRV 검토결과를 두고 원안위는 “시트 누설시험 허용기준을 만족했고, 운전중 누설은 미확인누설 제한값 1.0gpm 이내이므로 성능요건 충족하지만”이라면서도 ‘시험 및 운전조건에서 누설이 없는 밸브로 설계변경’, ‘누설을 유발하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도록 배관 등의 설계변경’, ‘누설유량이 정량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도록 POSRV 후단에 유량계 설치’, ‘기타 누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 강구’ 등을 주문했다.

적어도 POSRV의 누설 가능성을 완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원안위 스스로 시인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원자력 안전과 미래(대표 이정윤)는 지난 3일 논평에서 “원전의 필수안전설비인 원자로과압보호밸브인 POSRV 누설이 미결상태임에도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를 승인한 것은 60년간 절름발이로 운전하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과 미래는 POSRV의 누설을 우려해 원자로 기동시 가열절차와 밸브 시험순서를 변경했다는 점을 들어 “이는 구조적 특징에 기인한 밸브 시트 부위의 열변형에 따른 누설을 시인한 것”이라며 “누설문제가 밸브 자체의 구조적인 설계문제임에도 막상 이 문제는 놔두고 계통 운전절차변경으로 졸속 처리했다. 전례 없는 무리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원자력안전과 미래는 전문위가 신고리4호기 POSRV의 운전중 누설량을 ‘1gpm’(분당 갤런:Gallons per minute) 이하로 충족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실제 누설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능요건 제한 값 이하라고 단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원자력 안전과 미래는 “정상운전 중 POSRV가 작동되는 경우, 밸브 시트가 배출되는 고온 냉각재에 접촉해 ‘열변형’이 발생되면 언제든지 누설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 안건이 신고리 3호기부터 발생했지만 그 동안 원안위에서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지도 않았고 UAE 원전에서도 이 문제를 들어 UAE-1호기 운영허가를 미루는 미해결 현안으로, 부실한 밸브를 선정한 구매과정이 세밀하게 조사돼야 한다”며 “장기 조치로 누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권고사항은 ‘구체성도 없고 확신도 없이 승인’한 것은 안전을 저버린 원안위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안전과 미래는 △부실한 POSRV 전면 교체 △해당 밸브를 선정한 구매경위와 문제발생의 근본원인 즉시 조사 △졸속 처리된 원안위의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승인은 재의결 등을 촉구했다.

환경 및 에너지 감시 단체도 승인 철회와 함께 비판 목소리를 냈다. 환경운동연합은 7일 논평에서 “조건으로 명시한 내용들도 미해결 상태에서 통과된 것도 문제지만, 지진안전성, 다수호기안전성 문제들은 제대로 된 검증이나 해명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상황에서 원안위는 무엇이 급했는지 본격 심의 첫 회의 만에 운영허가를 내주었다”며 “원안위가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를 졸속적으로 통과시킨 데에 보수 정당과 언론, 핵산업계의 탈원전반대와 계속되는 원안위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라는 의심마저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고리원전 단지도 신고리 4호기를 포함해 7기로 최대 원전밀집 지역이 된 점을 들어 “30km 반경 380만명의 안전도 더 위협받게 됐다. 추가될 신고리 5,6호기까지 포함하면 부산과 울산은 원전으로부터 안전을 앞으로 60년 이상 계속해서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지역이 됐다”며 “세계에서 유례 없이 많은 인구와 원전이 밀집해 위험하지만,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조차 실시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원안위를 두고 “언제까지 문제투성이 결정을 반복할 것인가”라며 “기본적인 안전성조차 확보 안된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6일 성명에서 이번 원안위 의결이 위원 4명의 회의로 결정된 점을 짚었다. 원안위가 현재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인 원안위 위원 중 현재 4석이 공석이며, 국회 추천(야당) 위원 2명의 임명동의안이 작년 연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임명절차를 밟지 못했다. 원안위 사무총장과 여당 추천 위원 1명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그나마 이번 회의엔 1명이 불참해 4명만 회의에 참석했다. 반경 30km 이내 340만명이나 되는 인구가 살고 있는 핵발전소 운영 문제를 원안위 정원 절반의 동의도 구하지 못한 채 결정했다. 아직까지도 원안위 체계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왜 이리 급하게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를 의결했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문재인 정부를 두고 “아직 탈원전을 시작도 안 한 상태에서 핵산업계의 눈치만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선언은 ‘말뿐인 선언’으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도 논평에서 “안전성 검토도 되지 않은 신고리 4호기 운영 허가는 무효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 울산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 원전 3·4호기. ⓒ 연합뉴스
▲ 울산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 원전 3·4호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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