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인권위)가 7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방송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날 발표한 ‘방송의 양성평등 제고를 위한 정책 권고’ 결정문에서 방통위원장에게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공영방송사 이사 임명 시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도록 했다.

현재 방통위 위원은 5명 모두 남성이고, 방심위 위원 9명 중 여성은 지난 1기부터 3기까지 0~2명이었다가 4기 땐 3명이 됐다. 방통위 위원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KBS 이사 11명 중 여성은 2명, 방통위가 임명하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9명은 모두 남성이었다가 지난해 8월 여성 2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EBS 이사도 9명 남성이었던 구성에서 지금은 여성 이사가 4명으로 늘었다.

인권위가 이처럼 방송 정책 결정권자들의 성별 균형을 권고한 이유는 방통위와 방심위 위원, 공영방송 이사진의 남성 편향이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와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서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방통위 제공.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방통위 제공.
방송이 공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심의하는 방심위에서 방송심의 규정 양성평등조항을 적용해 심의·의결한 사례는 9명의 방심위원 중 여성 위원이 2명이었던 1기에 14건, 1명이었던 2기에 21건, 여성 위원이 전혀 없었던 3기에는 5건이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성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방송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고 심의하는 방송 기구에 성별 균형 참여가 중요하다”며 “양성평등 문제를 심의·의결하는 기구의 위원이 특정 성으로만 구성되거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은 성 평등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강상현 방심위원장에게 “일방의 성이 열등 또는 우수하다는 관념이나 성별 고정 역할에 근거한 편견을 재생산하는 방송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문기구로 ‘성평등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인권위가 방송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뉴스에서 정치 관련은 남성 앵커가 소개하는 비율(55.8%)이, 경제 관련은 여성 앵커가 소개하는 비율(63.3%)이 높게 나타났다. 시사토크 프로그램 진행자 비율은 10명 중 9명이 남성이었다. 출연자도 총 198명 중 여성은 21명(10.6%)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방송사 스스로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도록 방송평가 항목에 방송사 간부직 성별 비율 신설, 양성평등 실천 노력 추가 점수 부여 등 방안을 권고했다.

시사 장르를 포함해 방송 콘텐츠 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재생산 방지와 양성평등 제고를 위해 미디어 다양성 조사에 등장인물 성별에 따른 역할 분석 등 정성평가 도입, 방송 콘텐츠 제작자에 미디어 다양성 조사결과 공유도 인권위 권고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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