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좋다” 2차 회담 낙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 협상팀의 회담 의제 조율이 시작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날짜와 장소부터 먼저 발표한 점에 대해 언론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면,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한 국정연설을 통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과의 관계는 좋다. 김 위원장과 오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인질들은 집에 왔고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며 “만약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김정은-트럼프, 260일만의 담판…종전선언도 이뤄지나_북한_한반도정세 03면_20190207.jpg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개최국을 발표한 시간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실무협상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두어 시간 뒤였다.

한겨레는 “8개월 전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한 첫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그랬듯, 그동안의 교착 국면을 뚫고 두 번째 대좌의 문을 연 것도 두 정상의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결단이었다”며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 행동과 미국의 상응 조처에 대한 본격 조율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간표부터 못박은 것으로 미국 조야의 강한 회의론에도,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가 확고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봤다.

한겨레는 “미국은 최근 들어 북한에 긍정적 신호를 발신하며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를 표시해왔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북한 체제 보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핵신고 요구를 후순위로 돌리고 ‘동시적·병행적’ 이행 방침을 밝히며 유연한 태도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3일 방송된 미국 CBS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미국 정보당국이 회의적 분석을 내놓은 데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가 (비핵화 등에) 합의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갖고 있다”고 낙관했다.

[중앙일보] 하루 아닌 1박2일 회담 … “반드시 성과 내려는 북·미 의지”_국방_외교 03면_20190207.jpg
트럼프 북미회담 발표가 못마땅한 조선일보·한국당

중앙일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발표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헛돌았던 북한 비핵화 협상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어제 평양으로 날아가 김혁철 전 북한 스페인 대사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날짜를 정해두고 협상을 하면 시한 내에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면에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움직임과 이에 대한 미국 측 상응 조치를 두고 벌어질 북·미 간 줄다리기에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2차 회담 장소가 베트남으로 정해진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중앙일보는 “베트남은 여러 면에서 북한의 거울이 될 만한 나라다. 북한처럼 미국과 전쟁을 치렀고 종전 후에도 20년간 적대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게 베트남”이라며 “이번 2차 정상회담은 북한이 베트남식 번영의 길로 들어서느냐, 아니면 또다시 미국과의 대결 국면으로 되돌아가느냐 하는 중대한 담판이 될 게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조선일보] [사설] 이번에도 '비핵화 약속'없이 날짜부터 발표된 미·북 회담_사설_칼럼 35면_20190207.jpg
반면 조선일보는 비핵화 등 세부적인 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날짜부터 발표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1차 회담 때도 날짜를 박아 정상회담 개최를 먼저 발표한 미국은 북 하자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며 “싱가포르 합의문에 ‘미·북 관계 정상화’와 ‘평화 체제 구축’이 먼저 나오고 회담 목적인 ‘비핵화’가 뒤로 밀린 이유”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비핵화 세부 사항을 따지는 실무 협상은 피하고 즉흥적인 트럼프를 상대하려는 북한의 전략이 통한 것”이라며 “북한은 이후 미국이 비핵화를 요구할 때마다 ‘미국은 싱가포르 초심을 지켜라’고 큰소리를 쳤다. 2차 회담도 똑같이 흘러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오는 27일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통해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고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던 자유한국당에선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겹치면서 전대 연기론까지 나왔다.

[국민일보] 2차 北·美 정상회담 27일로 잡히자 한국당 全大 연기론 확산_정치 06면_20190207.jpg
당권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는 “미·북 회담 후 저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열거나 김정은의 방한을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당 전대 효과를 감쇄하려는 술책이다. 한 달 이상 전당대회를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입장문을 통해 “당의 중요한 행사가 외부적 요인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전대를) 늦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당의 행사이기 때문에 일정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당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면 그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회의를 열어 전대 연기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국민일보는 “당대표 후보 다수가 전대 연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정 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며 “1만여명을 수용할 장소 섭외와 늘어진 기간에 따른 선거 관리, 공정성 시비 등이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전대 일정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하지만 미·북 회담과 관계없이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후보 간 유불리도 있기 때문에 정해진 수순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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