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린다고 발표하자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 일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당초 한국당은 당대표 등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27일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7일’을 북미 정상회담 날짜로 확정하면서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당대회가 불러올 ‘컨벤션 효과’(정치 행사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자칫 북미 정상회담에 묻혀 미미할 수 있어서다.

한국당 선거관리위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6일 언론에 “전당대회는 당을 홍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데 북미회담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7일이나 8일 전당대회 날짜 변경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당대회 장소를 경기 일산 킨텍스로 확정했고 당대표 후보자들 입장도 들어야 해서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당권 주자들도 반응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27~28일 베트남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지방 선거 하루 전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라며 “한국당 전당대회 효과를 감소시키려는 저들의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썼다.

홍 전 대표는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북핵 문제조차도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는 저들의 책략에 분노한다”며 “미북 회담은 우리가 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에서는 이번 전대를 한 달 이상 미뤄 지선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당의 중요한 행사가 외부적 요인으로 영향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미북 회담이 27~28일 열린다고 한다. 하필 한국당 전당대회일”이라며 “작년 지방선거 전날 1차 회담이 열리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거고 미국에선 한국에 야당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전당대회는 일주일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의원도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공교롭게도 당 전당대회와 겹치게 된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급변하는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고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만드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당이 이런 유동적 상황과 전당대회 중요성을 감안해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황교안 대세론’으로 굳히기를 노리는 황교안 전 총리는 6일 기자들과 오찬에서 “우리가 중심을 갖고 계획대로 우리 길을 가면 된다”면서 “당에서 방향을 정하면 그 방향대로 가면 된다. 전당대회 일정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요구하며 선거 변수를 만들어보려는 타 후보들과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실제 연기될지 미지수다. 미뤄지는 일정은 후보 사이에 유불리를 만들 수 있다. 후보들 입장 차이로 일정 변경에 입을 모으는 게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장소 대여 등 실무 차원 문제도 간단치 않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