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하면 어떤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가. 바로 ‘9급 공무원’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이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공무원 시험 준비자 수는 약 40만 명이었다. 이 책은 90년대생들이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한 이유로 꼰대 문화에 실망했고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에서 명문대 출신의 임모 씨(1992년생)와 온라인 쇼핑 회사에 취직한 후 퇴사한 최모 씨(1994년생)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임모 씨의 두 살 많은 형은 반복되는 야근과 ‘상명하복 문화에 실망’해서 사표를 제출하고 공무원이 됐다. 최모 씨는 첫날 의견을 제시하자 ‘네깟 게 뭘 아냐’며 반말을 한 사수를 만났다.

 

▲ 90년생이 온다. 사진=웨일북
▲ 90년생이 온다. 사진=웨일북

 

임모 씨와 최모 씨의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꼰대’라는 존재다. 아거가 쓴 ‘꼰대의 발견’에 따르면 오늘날에 꼰대라는 단어는 특정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울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한다. 90년대생은 ‘꼰대’의 세상에서 어떻게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지 답을 찾고 있다.

또한, 이 책은 90년대생이 ‘정직하다’고 분석했다. 90년대생들에게 정직함이란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게 아니다. 온전함을 의미한다. 그들은 정치와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전모 씨(1993년생)는 공기업과 은행권의 채용 비리 기사를 보고 자신의 선택에 더 확신하게 됐다.

이러한 90년대생이 사회로 나와 회사에 입사하고 있다.

언론사에도 입사하고 있다. 이 책은 많은 기업이 이미 2012년부터 상당수의 90년대생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90년대생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82년생 저자도 “90년대에 출생한 신입 사원들을 대책 없이 마주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90년대생은 회사 내에서 주요한 직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회와 기업 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중장년층이 90년대생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성과를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쩐지 일반 기업보다 언론사들이 90년대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

기자는 언론사 입사 준비생과 다른 언론사 기자들을 통해 여러 회사의 ‘꼰대’를 직·간접적으로 만나왔다. △합격자 발표 당일 회사로 올 수 있냐고 묻는 경영진 △만취할 때까지 술 먹인 후에 다시 취재현장으로 보내는 선배들 △여자 수습기자들에게 화장을 못 하게 하는 선배들 △경찰서 취재 후 보고하는 후배에게 욕설하는 선배 △술자리에서 여성기자에게 내 옆에 앉으라고 강요하는 본부장 △술자리에서 자신의 몸을 만져보라는 국장 △면접에서 부모님 직업과 연봉, 집 평수를 물어보는 경영진 △최종면접에 여자가 많다며 남자를 뽑기 위해 추가 면접을 진행한 보도국 데스크 등을 만났다.

 

▲ 저자는 책 중간에 직장인 꼰대 체크리스트를 넣어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게 했다.
▲ 저자는 책 중간에 직장인 꼰대 체크리스트를 넣어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게 했다.

 

현재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정아무개씨는 “언론사는 일반 기업보다 이율배반적이다. 일반 기업이 입사 원서에 스펙을 쓰라거나 면접 때 부모님 스펙을 물었다고 하면 기사를 쓰면서 정작 자신들은 되돌아볼 줄 모른다. 가장 늦게 변하는 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2년 차 기자인 A씨는 상명하복의 언론사 문화를 비판했다. A씨는 “기사 자체로 지적받으면 납득된다. 하지만 기사 지적 이외에도 육두문자로 욕하는 선배들이 꼭 있다. 인신공격으로 이어진다. 그럴 때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이 언론사가 맞나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현재 경찰서 취재 교육을 받는 B씨는 교육을 명분으로 하루 14시간 넘게 일 시키는 수습기자 문화도 지적했다. B씨는 “수습 교육을 받을 때는 하루에 담배 2갑을 폈다. 그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일도 힘들고 상명하복 문화, 긴 업무시간 등 전부 다 벅찼다. 언론사는 극한의 상황을 버티는 게 기자라는 인식을 던져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90년대생들은 묵묵히 선배들의 도제식 교육을 따르거나, 기약 없이 그들의 방식을 배우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에게 이러한 방식은 불확실성만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의 많은 조직은 소위 ‘농업적 근면성’만을 강조하고, 단순 버티기를 거부하는 사원들을 ‘열정 없는 패배자’로 낙인찍고 혀를 차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90년대생들이 “‘참견’이 아닌 ‘참여’를 원하는 세대”라며 “회사에서의 참여는 90년대생들에게 성장이나 성취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들에게 줘야 할 것은 권력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다. 참여도가 높을수록 90년대생 직원들은 빨리 기업에 적응하며 그들의 의견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을수록 책임감도 커진다”고 했다.

언론사에 신세대를 받아들이고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세대 감수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언론사가 사회보다 먼저 바뀌어야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은 사회보다 먼저 바뀌지 않고 있고 사회 변화를 뒤에서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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