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이 한분 한분 돌아가실 때마다 제 할머니가 헐뜯기고 돌아가시는 기분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법적 배상과 사죄, 역사교육까지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고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난 1일, 일본 도쿄 곳곳에서도 추모제가 열렸다.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들은 집회를 열어 지난 28일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와 이아무개 할머니를 기리고 일본 정부에 사죄를 촉구했다.

조선총련 산하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성차별철폐부회는 이날 낮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두 할머니를 추모하는 긴급행동을 펼쳤다. 같은날 저녁엔 중의원 제2의원회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재일조선인인권협회 활동가 박김우기씨는 “일본 정부는 패전하고 74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노예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하려 애쓴다.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자들의 부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들을 애도하고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한다”고 집회 취지를 밝혔다.

▲ 재일일본인인권협회 성차별철폐부회는 지난 1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와 중의원 2의원회관 앞에서 지난 28일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와 이아무개 할머니 추모집회를 열고 일본 정부에 사죄를 촉구했다. 사진=재일일본인인권협회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 재일일본인인권협회 성차별철폐부회는 지난 1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와 중의원 2의원회관 앞에서 지난 28일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와 이아무개 할머니 추모집회를 열고 일본 정부에 사죄를 촉구했다. 사진=재일일본인인권협회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이들은 이날 김복동 할머니의 발자취를 기렸다. 박김우기씨는 “김 할머니는 재인조선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조선사람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돌이켰다. 김 할머니는 생전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지원금을 기부하고, 여러 차례 직접 찾기도 했다.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뀐 2013년부터 정부는 행정규칙을 개정해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아무개 할머니에 대한 추도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이아무개 할머니는 이름을 비공개했다. 생전 직업과 상황도 전혀 모른다. 이름을 못 밝히는 상황 자체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지금도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참가자는 “일본정부는 그런데도 ‘증거가 없다’는 등 성노예제 책임을 부정한다. 정부는 당사자 말대로 공식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일본 각지에서 온라인으로 보낸 70여명의 추모 메시지도 대독했다. ‘사사키 아즈상’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할머니들은 몸을 다치는 것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태도로 인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일본군 성노예제는 일본 정부의 잘못일 뿐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날 재일 한국인과 일본 시민 100여명은 총리 관저와 중의원을 향해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 “역사부정 절대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