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스스로 시간을 내 갑질 피해자를 방어하는 활동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아름답습니다. 오늘 촬영에서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땅콩회항에서 물컵갑질, 동물학대 지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이 ‘갑질’이란 용어로 해외에 알려진 지 오래다. 프랑스 보도전문채널이 이번엔 ‘직장갑질’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의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를 찾았다.

‘프랑스24’ 다큐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를 찾았다. 이들은 직장갑질119의 활동을 주제로 5분 길이의 미니다큐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24는 ‘프랑스판 CNN’이라고 불리는 국제 보도채널이다. 프랑스 전국을 비롯해 총 183개 국가에 4개 언어(프랑스어‧영어‧아랍어‧스페인어)로 방영된다.

▲ 프랑스의 국제 보도채널 프랑스24의 프리랜스 다큐멘터리 저널리스트가 31일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 활동가들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프랑스의 국제 보도채널 프랑스24의 프리랜스 다큐멘터리 저널리스트가 31일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 활동가들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프랑스24의 프리랜스 다큐멘터리 저널리스트는 직장갑질119에 주목한 이유가 ‘직장 내 괴롭힘이 한국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그걸 ‘갑질’이라 하고, 우리는 ‘아르셀몽(harcèlement)’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회인지에 따라 양상은 다르지만, 암묵적이거나 직접적인 권력관계가 있는 모든 사회의 직장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이 단체가 갑질 피해자들을 어떻게 돕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은 프랑스에서 일찍이 대두됐다. 1998년, 비물리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이르는 ‘심리적 괴롭힘(Le harcèlement moral)’이라는 용어가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2002년엔 직장 내 괴롭힘만을 다루는 법이 생겼다. 노동법은 “모든 근로자는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정신 건강을 훼손하거나 △직업적 장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근로조건 저하를 목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낳는 △반복되는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들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금지 규정뿐 아니라 사용자의 예방 의무, 형사처벌도 명시했다.

그런 프랑스에 나타나는 직장갑질 양태는 어떨까. 이 다큐 감독은 “여객기를 회항시키는 정도까진 들어본 적 없지만, 권력을 쥔 사람들이 멋대로 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하급 직원에게 커피를 쏟거나, 비행기에서 오줌을 싸는 일도 일어난다. 특히 미투 캠페인이 시작된 뒤로 직장 내 성희롱이 주요 이슈”라고 했다.

그는 직장갑질119가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봤다. 프랑스에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일어나면 정부가 피해자 보호에 나선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상담을 나서서 한다. 직장에서 물컵갑질 같은 폭력이나 혐오표현을 한 가해자는 실제로 처벌 받는다.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들었고, 그래서 직장갑질119의 활동이 더 두드러지고 소중하다.”

이 감독은 직장갑질119의 특이점으로 소셜미디어 활용도 꼽았다.  그는 “프랑스에도 노동권 침해 대응 기구가 많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여러 경로로 상담을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소속 노무사와 변호사, 활동가 150여명은 대면과 전화뿐 아니라 오픈카카오톡과 이메일, 포털사이트 밴드 등에서 피해 제보를 받고 상담을 제공한다. 

그는 “여러 나라들이 직장갑질119의 활동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하는 활동을 다큐에 담으면, 다른 사회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리라 본다”고 말했다. 다큐는 다음달 초순께 방영하며, 유튜브와 웹사이트에도 업로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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