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1일 채널A ‘뉴스TOP100’에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가 출연했다. 1월24일 연합뉴스 보도로 시작된 ‘손석희-김웅 폭행논란’의 당사자가 일주일 만에 생방송으로 모습을 드러내 각종 의혹에 답했다. 앞서 김씨는 △접촉사고 보도를 빌미로 채용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손석희가 보도를 막기 위해 회유를 했고 회유가 먹히지 않자 폭행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선 김씨의 주장에 의문을 갖게 하는 발언이 여러 대목에서 등장했다.

우선 2017년 접촉사고에 대해서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실에 가깝다고 판단했다”며 “손 사장이 유독 동승자 여부, 동승자 신원에 대해선 진술이 계속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동승자 여부가 중요한 팩트라고 주장했으나 정작 당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이해당사자인 견인차 운전자를 취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보를 두 명 정도 거쳐 받았다. 피해자를 직접 접촉할 방법이 없었다”며 “피해내용을 가해자에게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답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팩트체크를 못했던 것 아니냐는 뉴스진행자의 질문에 “못했다”고 답했다.

▲ 채널A에 출연한 김웅씨. ⓒ채널A 화면 갈무리
▲ 채널A에 출연한 김웅씨. ⓒ채널A 화면 갈무리
김씨는 당시 접촉사고에 대해 “기사 가치가 충분했다. 뺑소니 사고의 위법성 여부를 떠나서 국민들 대다수가 신뢰하는 언론인이고, 언론인의 도덕성은 당연히 취재 대상이 되어야 했다. 최소한 당신은 업무용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비업무적으로 인정한 것은 인정하지 않느냐, (손 사장이) 인정했다. 그 단순한 사실로도 기사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 무렵 기사를 쓰지 않았던 걸까. 여기서 기사무마를 대가로 한 취업청탁 의혹이 등장한다. 김씨는 “기사를 쓰는 것도 공익이지만 손석희 사장을 보호하는 것도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이렇게 (손 사장에게) 얘기했었고, 그 전부터 SNS상으로 교류해왔고 이 분이 사회적으로 성취한 부분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기사가 가져올 여파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비춰보면 김씨가 기사를 쓰지 않은 이유는 ‘손 사장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으며, 취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하지만 김씨가 공개한 텔레그램에는 김씨 스스로 “선배님과 같은 배를 타고 싶다”고 적은 대목이 등장한다. 이 대목이 손 사장 입장에선 취업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느냐는 뉴스진행자 지적에 김씨는 “손 선배 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 손석희가 너랑 같이 일할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 하는데 싫습니다, 저는 오해받을 일 안하겠습니다, 이런 기자가 혹시 있나”라고 되물으며 “손석희가 내게 일해보자고 하니 당연히 나도 영광이었다. 그 정도 표현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의례적인 답변이었다는 의미다.

▲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진=JTBC
▲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진=JTBC
하지만 김씨는 ‘채용제안에 대해 조건이 마음에 안 들었나, 그 부분 때문에 틀어진 것 아닌가’라는 뉴스진행자의 질문에 “손석희 사장은 거짓말을 처세로 생각한다. 실행이 없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났다. 어떤 근거도 남기지 않으려고 했다”며 손 사장측이 제안했던 채용조건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씨는 “일당직 노동자도 근로계약서야 있어야 한다. 용역계약서조차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게 무슨 사용자 근로자 관계인가. 이 사람의 진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해석해보면 김씨는 채용에 대해 현실적으로 기대감이 있었으며, 손 사장과 계약서를 쓰고 공식적으로 일하고자 했으나 이 상황은 좌절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그는 ‘좋은 조건’의 채용을 강하게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 역시 이날 채용조건으로 둘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김씨는 “역할이 계속 바뀌었다. 처음엔 탐사기획국 기자였고, 그 다음엔 앵커브리핑 작가였고, 그 다음엔 난데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에 CP가 필요하다, 도대체 이 사람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말에서 말로 끝난다. 실행이 없다”고 주장했다.

채용논의가 본격적으로 오고간 것은 김씨가 2017년 접촉사고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힌 2018년 9월 이후다. 결국 손 사장측이 제안하던 채용조건이 계속 달라지던 가운데 기대했던 채용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결국 참지 못한 김씨가 유리한 채용조건을 갖기 위해 1월10일 녹음을 했다는 주장이 여기서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손 사장측은 녹음 이후인 19일 김씨측에 월수입 1000만 원을 보장하는 중앙그룹 계열사 2년 용역계약을 제안한다. 김씨는 1월10일 녹음을 한 이유에 대해 “말의 향연에 지쳐있었다. 도저히 들을 수 없다. 실행이 없으니, 행동이 없으니”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채용을 바랐던 모습을 드러낸 대목이다.

김씨는 이날 본인의 주장을 스스로 반박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써야 될 기사를 못 써서 이런 상황이 됐다고 지금 판단하는데, 손 사장 같은 경우는 내가 기사화 하지 않겠습니다, 단 합리적 의심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했을 때 나를 신뢰했으면 아무런 사달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은 처음부터 기사무마를 조건으로 채용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손 사장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 채용으로 회유하려 했는데, 채용에 대한 실행이 없어 화가 났다는 주장으로, 논리적이지 않다. 김씨가 애초 채용에 대해 먼저 요구하거나 미련이 없었다면 화가 날 이유도 없다.

김씨는 이날 채용청탁논란과 관련해 누가 먼저 채용 제안했느냐는 뉴스진행자의 질문에는 “채용을 빌미로 협박하면 폭행해도 되나”라고 동문서답한 뒤 “언론계도 위계와 서열이 아주 엄하다. 상대방이 장삼이사도 아니고 손석희다. 손석희 사장에게 가서 기사 하나 던져주고 채용하지 않으면 기사 쓰겠다 할 정도로 바보 아니다. 그런 요구가 관철될 수도 없고 그런 요구를 받아줄 사람도 아니란 사실은 시청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기사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채용을 요구할 수 있는 개연성은 있지 않느냐는 뉴스진행자 질문에는 “손 사장께서 (접촉사고 취재 후) 12일 정도 지났을 무렵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고 그렇게 시작됐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하고 명함을 드리고 일어나는데, 회사 사정이 어떤가, (그래서) 좋지 않다고 했더니, 그럼 내가 한번 도와보지 그렇게 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채널A에 출연한 김웅씨. 사진=채널A 뉴스보도 갈무리
▲ 채널A에 출연한 김웅씨. 사진=채널A 뉴스보도 갈무리
녹음에 의도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뉴스진행자의 질문에는 “지난해 12월 말에 만났을 때도 발길질을 하려는 것 같아서 움찔했더니, 너 다음번에 진짜 찬다(고 말했다), 그 당시 녹취는 없지만, 그럴 조짐들이 그전부터 있었다”고 답하며 “그날은 CCTV가 없어서 녹음을 했다. 지금 내가 녹음하고 진단서를 제출해도 안 믿는 사람이 있다. 그 자리를 녹음조차 안하고 나왔다면 여러분들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녹음 자체가 형사 고소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도저히 인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사람이 뭔데 (내가) 그렇게 당하고 가만있어야 하나”라며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온라인상에서 과거 본인의 이력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서는 “빵을 한 번 훔쳤던 사람은 도둑을 신고하면 안 되나”라고 반문하며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사과다. 1월10일 폭행사건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게 내 입장”이라고 말한 뒤 “여섯 음절만 얘기하면 된다. 웅아 미안하다, 그걸로 끝이다”라며 거듭 손 사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앞서 김씨가 공개한 녹음에 따르면 손 사장은 10일 김씨에게 거듭 “아팠다면 사과할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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