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한 미국, 국내 수구세력들과 언론들의 대대적 여론몰이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주한 미 대사가 나서 “분담금을 다 내거나, 아니면 미군을 빼거나”라는 트럼프의 입장을 적극 활용하며 “트럼프가 안올려주면 미군을 뺀다니 올려달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수구 세력들은 “2배 못 올려 줄 이유가 뭐냐”느니, “방위비분담금 올려주는 게 그렇게 아깝냐”며, 심지어는 성금까지 거두는 추태를 연출하고 있다.

미군 주둔과 독립

“미군 주둔 연장을 자기네의 생명 연장으로 인식하는 무지 몰각한 도배들은 국가 민족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도 아니하고 박테리아가 태양을 싫어함이나 다름이 없이 통일 정부 수립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미군의 주둔으로 우리나라가 제대로 독립하지 못한 상태라는 부끄러움 따위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는 저들에게, 왜 1948년 김구 선생이 분단세력에게 가했던 일갈과 같은 ‘진정한 보수세력들’의 규탄이 없는지 알 수가 없다.

자국에 외국군이 주둔하는 걸 지지하는 자들,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이들, 심지어 외국군이 나가주겠다는 데도 안 된다고 난동을 피우는 자들은 ‘보수세력’이 아니라 ‘외세의 꼭두각시’이며, 그들은 보수냐 진보냐를 평가받을 자격조차 없다. 독립국을 운영함에 있어 보수로 갈지 진보로 갈지 논쟁하는 것인데, 이들은 독립으로 가는 길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미군 주둔과 한미동맹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독립국이 아니라는 것은 지난 ‘위안부 야합’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왜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야합이 강행되고, 항쟁으로 박근혜 정권이 퇴진했음에도 아직도 파기되지 않고 있는가? 그 야합의 근원지가 박근혜가 아니라 당시 ‘아시아로의 회귀’를 밀어붙이던 미국이었고, 그 힘이 여전히 이 나라의 정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힘의 근원에는 미군의 주둔과 한미동맹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구태의연한 ‘식민지론’인가? 그런데 어쩌랴. 아무리 다르게 설명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것을!

“이제 북한과 미국이 오랜 적대관계를 끝내가고 있고, 남북관계 역시 봄으로 다가가고 있다. 북미와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체제가 정착되면 미군이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왜 미군을 계속 주둔시켜 각종 부당한 압력과 내정 간섭을 감내해야 하는가?”

▲ 2017년 11월7일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2017년 11월7일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것이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북미 대화, 촛불항쟁으로부터 가시화된 새로운 시대의 상식이며, 국민은 이미 그 상식에 빠르게 적응하며 새로운 시대로 나가고 있다. 난동에 가까운 저들의 여론몰이에도, 며칠 전 한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분담금 관련 조사결과를 보자. 열 명에 여섯 명 가까이가 “분담금 인상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답했고, “미국이 협상 과정에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카드를 압박할 경우에도 반대할 것이냐”라는, 이 여론조사의 핵심이며 가장 위협적(!)인 질문에도 “그래도 안된다”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겼다. 국민은 이미 새 시대를,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개혁·진보언론, 큰 그림 공론화해야

지금까지 국내의 민주, 개혁, 진보적 언론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도 “그럼 미군 빼자는거냐?”라는 수구세력의 난동에 위축돼 있는 것인지, 그저 분담금 대폭 인상의 부당성만 말할 뿐, 큰 그림을 준비하는 데 소극적인 것 같아 안타깝다. 오히려 국민보다 느려 보인다.

아직 공론화되지 않아서 그럴 뿐, 가야 할 길은 대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대륙과 해양의 경계인 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선택지는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그리 많지 않다. 북미 관계개선과 한반도 비핵화의 과정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은 철수하고, 남쪽에서는 한미동맹을, 북쪽에서는 조중 동맹을 종료하고, 남북은 통일된 영세중립국가로 가는 길이다.

그 길이 아니어도 좋다. “방위비 분담금을 안올려줘서 트럼프가 미군을 빼면 어떻게 할 것인가(실제 트럼프는 시리아에서, 아프간에서 철군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평화 정착의 과정에서 미군이 떠난 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어떻게 하면 촛불 민의인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것인가?” 등등, 이 땅의 미래를 새롭게 그리기 위한 큰 기획이 필요하며, 이러한 기반 아래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대해야 한다. 과거회귀 세력의 난동을 지켜보면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민주, 개혁, 진보 언론들이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 ‘민언련 시시비비’는 신문, 방송, 포털, SNS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의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