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구속이 되면서 이 사건과 18대 대선 때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비교하는 여러 보도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국정원 댓글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드루킹 댓글은 대학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두 사건을 단순히 비교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정보기관이나 군처럼 공무원이 개입한 사건과 민간 차원에서 한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31일자 사설에서 “특검 수사로 밝혀진 드루킹 댓글 조작 규모는 무려 8840만회에 달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41만회)의 수백 배 규모다. 국정원 댓글은 댓글 조작의 무대가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이트 위주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파급력으로 따지면 그와 비교하기 힘든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국정원 댓글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드루킹 댓글은 대학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범죄이지만 민의를 왜곡하고 선거 제도를 훼손했다는 본질은 두 사건이 다를 게 없다. 결국 대선의 정당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지난 18대 대선무효소송사건의 법률대리인 박훈 변호사는 3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과 드루킹 (김동원)의 댓글 사건의 차이’라는 글을 올려 두 사건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많은 사람들이 국정원 (군사이버 사령부 포함)의 대선 개입과 드루킹 댓글 사건을 같은 것으로 다루지만,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며 “공무원과 민간인이라는 신분상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 등의 선거 개입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중대한 문제라 댓글 조작이 아니라 공무원이 그것도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개입 방식이 같은 댓글 조작이었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원세훈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죄 인정을 그리 양승태가 방해를 했다는 얘기다.

▲ 박훈 변호사. 사진=박훈 페이스북
▲ 박훈 변호사. 사진=박훈 페이스북
이에 반해 드루킹이나 김경수 같은 사람들은 민간인으로, 국회의원을 포함해 얼마든지 선거 운동을 할 수가 있다. 박 변호사는 “댓글 조작이 업무방해를 구성하는가 아닌가, (그 업무방해에) 김경수가 여기에 공모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의 문제일 뿐이고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경수 도지사의 공직 선거법 위반은 댓글 조작이 아니라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한 것이 이익제공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가 민간인의 네이버 기사 댓글조작이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자 “일견 타당한 의견으로 보이나, 여기에는 좀 더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박 교수가 댓글 문제에 김경수 도지사 측이 모르쇠 보다는 업무방해죄의 법리 문제를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표한 점에 “동의하는 바가 크다”며 “물론 댓글 순위 조작에 내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치졸한 방법이 그리 영향력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나는 댓글을 보지 않는다”고 썼다.

한편, 박훈 변호사가 대리했던 18대 대선무효소송은 당시 개표과정에서 개표상황표 등이 실제 불일치하는 등 개표부정이라는 점과, 선거과정에서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대선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고 청구한 소송이었다. 이 사건은 2017년 4월27일 선거를 불과 보름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원이 ‘실익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했다.

▲ 박훈 변호사. 사진=박훈 페이스북
▲ 박훈 변호사. 사진=박훈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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