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 고(故) 김복동씨 별세 후 언론은 김씨를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2017) 실제 모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9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이 영화 실제 모델은 김씨 외에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씨, 네덜란드 국적의 얀 러프 오헤른씨로 보도돼 왔다. 영화 주인공은 누구일까.

▲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미국 하원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실화가 모티브다. 미 의회 청문회에 증언했던 이용수, 김군자, 얀 오헤른이 청문회에 서기까지 과정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난 2017년 9월20일 스포츠조선은 김현석 감독을 인터뷰했다. 보도를 보면 인터뷰와 함께 “2007년 2월15일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故김군자 할머니의 실제 청문회 증언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 2017년 9월20일 스포츠조선.
▲ 2017년 9월20일 스포츠조선.
영화 개봉 직후인 2017년 10월11일 이용수씨는 김 감독과 함께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했다.

▲ 2017년 10월11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아이 캔 스피크' 영화감독 김현석씨(오른쪽)와 이용수씨(왼쪽)가 출연했다.
▲ 2017년 10월11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아이 캔 스피크' 영화감독 김현석씨(오른쪽)와 이용수씨(왼쪽)가 출연했다.
그러나 지난 28일 김씨가 별세한 후 영화의 실제 모델이 김복동씨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 가운데 현재 수정된 보도도 있고 남아있는 기사도 많다.

이를 테면 경향신문은 지난 28일 “‘아이 캔 스피크’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소천, 향년 93세”라는 속보를 내보냈다. 현재 이 기사 제목은 ‘평화운동가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별세, 향년 93세’로 수정됐다.

▲ 28일 경향신문이 김복동씨가 별세한 직후 보도한 속보 제목.
▲ 28일 경향신문이 김복동씨가 별세한 직후 보도한 속보 제목.
KBS는 지난 29일 “‘천억을 줘도 안 받는다’… ‘아이캔 스피크’ 김복동 할머니 별세”라는 기사에서 “일본 위안부 피해를 소재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이자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으로 불렸던 김복동 할머니”라고 보도했다. 그 외에도 국민일보, 중앙일보,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등도 김씨를 영화 주인공이라고 보도했다.

1-vert.jpg
김씨는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하진 않았다. 하지만 생전인 지난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적 있다.

1990년대부터 김씨와 함께 활동한 정의기억연대(사단법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측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영화의 실제 인물은 김복동님이 아니라 이용수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 캔 스피크’를 제작한 영화사 ‘시선’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본 분들이 세계에 나가서 증언한 일을 모티브로 했다”며 “이용수씨가 미국에서 증언한 내용이 모티브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김복동씨 역시 해외에 나가 증언하셨다. 피해를 입고 해외에 나가 증언한 모두가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