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SKY캐슬’의 조현탁 감독이 종영 직전 지난 2개월간 시청자들이 내놓은 다양한 해석론에 감독 입장을 내놨다. 조 감독은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데 대해 “우리 사회 가장 뜨겁지만 섣불리 말 못하는 교육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시청자에 감사함을 표했다.

조 감독은 31일 오후 2시 서울 도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SKY캐슬 기자간담회'에서 1시간 가량 기자들 질문에 답하며 이같이 밝혔다.

SKY캐슬은 오는 1일 마지막회 20회 방영을 앞두고 있다. 19회까지 방영된 2개월 간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 25일엔 24.6%(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치다. 1회 시청률 1.7%에 비하면 급격한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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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31일 열린 'SKY캐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현탁 감독. 사진=JTBC
▲ 1월31일 열린 'SKY캐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현탁 감독. 사진=JTBC

조 감독은 이와 관련 “사람들이 가장 표현하지 못하면서 ‘핫’한 이슈가 드라마 줄거리와 맞아 떨어진 것 같다”며 “공부 잘하는 자식을 둔 부모든 반대든, 교육은 모두가 나름의 고충을 가진 큰 문제다. 그러나 입 밖으로 꺼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 힘든데 이걸 건드리기 시작하니 봐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제작진 모두 이 정도의 호응은 예상치 못했다. 조 감독은 첫 회 1.7% 시청률을 둘러싼 유현미 작가와의 일화를 꺼냈다. 시청률이 나온 당일 그는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유 작가도 예상치 못한 수치에 서운함을 표했다. 조 감독은 ‘2회는 4% 넘길 거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유 작가는 “만약 그게 진짜라면 감독님께 근사한 밥을 산다” 답하며 웃음으로 넘겼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결론을 예상한 스포일러가 꾸준히 게시됐다. 촬영 현장에서도 이를 알고 있었다. 조 감독은 “염정아, 김서형 배우가 이런 스포일러가 돌아다닌다며 얘길 많이 해줬다. 내가 들은 스포들은 대부분 다 틀렸더라. 틀린 스포일러인데 이만한 디테일을 갖고 자기 자양분을 축적하며 덩치 불리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는 이미 작가님이 정해놓았기에 스포일러 때문에 좌지우지 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드라마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19회까지 줄거리를 만들어놨다.

실제 대본 유출 사태도 벌어졌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조 감독은 이를 17회를 편집하던 중 뒤늦게 알았다. 노이즈마케팅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으나 조 감독은 “어떤 회사에 살인사건이 났는데, 다음날 사장이 ‘사건 덕분에 회사에 긴장감이 돌고 성과가 좋겠네’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장에선 모든 배우·스태프들이 피고름 짜면서 일하는데 대본이 손쉽게 유출되는 건 절대 있어선 안되는 범죄행위”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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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사진=JTBC
▲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사진=JTBC

누리꾼들이 내놓은 각종 장면·장치 해석도 ‘꿈보다 해몽’이 많았다. 예로 혜나가 죽기 전 죽은 잠자리 모습이 나온 걸 두고 누리꾼들은 혜나 죽음을 암시했다고 입을 모았다. 감독은 “이리 풍부히 해석할지 몰랐다”며 “현장에 도착하면 현장에서 느껴지는 기세나 아름다움 등을 둘러본다. 당일 혜나와 우주가 다투는 장면 리허설을 하는데 그 자리에 잠자리가 죽어 있는 걸 봤다.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촬영감독에게 찍으라 하고 편집해 넣은 것”이라 말했다.

혜나를 봉안한 납골당 장면은 동명의 납골당인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서 찍었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납골당이다. 조 감독은 “이 납골당과 드라마는 일체 관련이 없으나 우연의 일치인지 그 장면을 실제 스카이캐슬에서 찍었다”고 했다.

“어린 아이가 큰 가방을 메고 한 쪽 손에는 신용카드를 들고 돌아다니더라. 그러니까 카드로 뭔가를 사 먹고 계속 학원을 이동해야 하는 아이들 군단을 봤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식당에 아이들이 우글우글 하고 그걸 먹고 또 학원을 가고… 이 작품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현실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이리 돌아가고 있다. 내가 좀 더 진심으로 작품에 임하고 생각을 깊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 감독은 드라마를 찍기 전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밤 풍경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때 느낀 점들이 이후 드라마 촬영에 도움이 됐다.

드라마는 교육을 둘러싼 부모의 잘못된 욕망을 비판적으로 보지만 드라마에 등장한 입시코디, 스터디큐브, 협찬 학원 등이 인기를 끄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조 감독은 “이게 실제 교육 현실의 민낯인 거 같아 답답하고 아쉽다”며 “교육을 통해 부모-자식 간 관계에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 충분히 20화까지 보고 나면 생각이 드는 게 있을 것”이라 했다.

스카이캐슬이 던지는 메시지는 아들의 서울의대 합격 직후 자살한 어머니 이명주와 아들 영재에 집약됐다. 조 감독은 이명주가 서울의대만 바라보고 아들을 강압적으로 교육시켰으나, 강압은 평생 이어졌을 거라 봤다. 대학에선 좋은 성적을 내도록, 대학병원에선 그 병원에 남도록, 유능한 전문의가 되도록, 센터장·기조실장·병원장이 되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했을 거란 지적이다.

조 감독은 “이걸 그대로 따른 사람이 강준상(정준호 분)이고 그의 어머니다. 죽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며 “강준상은 쉰이 돼서야 자신이 누군지나 자신이 보잘 것 없다는 걸 딸의 죽음을 통해서야 깨닫는 불쌍한 사람이다. (SKY캐슬 인물들) 모두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여성을 주연으로 배치했지만 가족을 돌보거나 자녀 교육에만 몰입하는 역할을 줘 가부장적 관점에 갇혀 있단 지적도 나왔다. 조 감독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으나 교육은 엄마로부터 비롯되는 면이 있고 교육 얘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해석들이 나온 것 같다. 시청자들이 그리 느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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