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새만금국제공항, 남부내륙철도 사업 등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공공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키로 결정했다.

수많은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의 반대와 우려에도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강행한 이유가 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시점에 예타 면제 강행 타당한가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의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역의 혁신 성장판을 열어 지역경제활력을 제고하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지역을 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이 프로젝트의 총사업비 규모는 24조1000억 원에 이르고 23개 사업에 해당한다. 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3조6000억 원)을 제외하면 도로 철도 인프라 및 교통 물류망 구축 등 사회간접자본(SOC)에만 20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지역균형 발전인 만큼 전국적으로도 지역별로 사업이 고루 예타면제에 선정됐다.

이 같은 사업을 굳이 이 시기에 강행한 이유가 뭘까. 총선 1년 여를 앞둔 시기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감시단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건 명분일 뿐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 때문이 아니겠느냐. 올해 경제전망도 암울하고, 예측보다 더 떨어질 것 같으니 찾다 보니 찾은 것이 토건사업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20조원 규모의 SOC 확충이 필요한가

정부가 지역균형사업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24조원 가운데 20조원 이상은 토건사업이다.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SOC 토건사업이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이냐는 의문도 나온다. 한겨레는 “기재부에 따르면, G20국가 중 고속도로 1위 일반국도 2위, 전체도로 6위 등 인프라 포화상태”라며 “철도와 도로 연결 중심으로 구성된 예타 면제 사업으로 국가균형발전 체감이 어려운 구조”라고 평가했다.

▲ 2019 국가균형프로젝트 지역별 예타 면제 사업들. 사진=기획재정부
▲ 2019 국가균형프로젝트 지역별 예타 면제 사업들. 사진=기획재정부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무리 시급하다 해도 장기간 국민의 삶과 재정의 영향 등에 철저한 타당성 평가를 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사업이 국가적으로 안하면 절대 안되는 사업인지는 의문이다. 지방정부는 오래전부터 해당 사업을 요청했으나 따져봤을 때 논란이 많은 사업들”이라고 지적했다.

23개의 개별사업 선정, 적절한가

예타 면제사업으로 선정된 23개 사업이 과연 적절하게 선정됐는지 검증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은 항공수요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가장 사업 규모가 큰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예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사업이다. 기획재정부 스스로 △울산 외곽순환도로 △부산 신항~김해 고속도로 △서남해안 관광도로 △남부내륙철도 △동해선 단선전철화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국도 단절구간 연결 등 7개 사업은 예타를 받았다가 탈락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번 예타 면제는 이런 사업의 구제 성격도 있다.

최승섭 경실련 팀장은 “지차제별로 나눠먹기 식으로 배정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면 전국에서 2~3개나 하고 말겠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누락되는 지역의 반발을 없애기 위해 지역별로 짜맞추기식으로 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감시단장도 “예타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으면 과연 이렇게 욕먹어가면서 했겠느냐”며 “대부분 예타 통과가 안됐을 사업들이다. 전 국민을 같이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업과 관련해 언론과 시민사회는 비판하지만 야당은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신영철 단장은 “왜 야당이 아무도 반대를 안하는가. 자신들도 적폐정권의 승계자, 토건식 경기부양이 자신과 딱 맞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만든 말인 ‘토건국가’가 돼 가고 있다. 토건국가를 열렬히 비판하던 사람이 더 세게 토건국가를 만들려하니 지지층과 야당까지 가만히 있는다. 지금 세대는 괜찮으나 자식세대는 두고두고 욕먹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 국가균형프로젝트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 국가균형프로젝트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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