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를 조작하고 드루킹 일당에 공직을 제안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허술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여러 오염된 증거들을 재판부가 그대로 인정했다.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증거가 부족한 억지논리를 인정해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며 1심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어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이던, 그 재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던 시선이 거두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30일 김경수 지사에게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에게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와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6개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앞서 김동원씨는 경공모(경제민주화를 위한 인터넷 선플운동의 약자) 회원들과 2016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뉴스기사 댓글의 공감·비공감을 총 9971만회에 걸쳐 기계적·반복적으로 클릭해 댓글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로 기소됐다.

▲ 1월30일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드루킹 김동원씨 모습. ⓒ연합뉴스
▲ 1월30일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드루킹 김동원씨 모습. ⓒ연합뉴스
이날 김동원씨의 유죄보다 더 큰 관심사는 김경수 지사의 유죄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2016년 11월9일 김경수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하고 경공모 브리핑을 들었다는 점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여러 객관적 증거들을 볼 때 김 지사가 이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던 게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경공모 회원들이 조직적으로 댓글조작을 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

판결문에 따르면 김동원씨는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1년6개월 간 댓글작업 기사목록을 김경수 지사의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전송했으며 전송기사 수는 총 8만 건으로 파악됐다. 기사목록내역을 보면 2017년 4월 중순부터 대선 직전까지 하루작업량이 200개까지 늘었다가 대선 이후엔 꾸준히 하루 300개 정도를 작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씨가 작업해 보낸 기사목록을 매일 확인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직접적 이익을 얻는 측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로 보이는데 킹크랩 개발 및 운영에서 휴대전화나 유심칩 통신비 인건비 등의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당시 경공모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보면 이해 당사자라고 할 김 지사의 동의나 허락 없이 자발적으로 범행한다는 점은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김경수 지사가 김동원씨에게 뉴스기사 URL을 전송한 행위는 댓글작업을 지시하는 의미로 보인다”며 “김 지사가 여론조작에 일부 직접 가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 지사가 김씨와 1년6개월간 11차례 만난 점을 언급하며 “단순히 정치인과 지지인 관계를 넘어 상호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로 봐야 하고 “이런 협력관계 속에 김동원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오사카 총영사 등의 인사추천과 관련한 행위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 구속된 모습. ⓒ연합뉴스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 구속된 모습. ⓒ연합뉴스
그 결과 재판부는 김 지사를 가리켜 “온라인상에서 마치 실제 이용자가 기사 댓글에 공감 클릭한 것처럼 허위 정보 등을 입력해서 포털사이트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온라인 상 투명정보 교환과 건전한 온라인 여론형성이라는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조작범행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국민이 직접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당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왜곡된 여론을 형성한 것이기에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을 계기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권에선 ‘대선 불복’ 프레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판결 직후 논평에서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의 댓글조작은 2017년 대통령 선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대선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개입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한 언론계 인사는 오늘의 판결을 두고 “진영 싸움으로 갈 것이고 나라는 두 쪽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론인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앞으로 2년여 걸릴 상급심 재판 과정에서 양측의 법정 공방이 정치 공방과 뒤섞여 상당기간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최악의 판결’이라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지사 측도 “이해도 안 되고 납득도 안 된다”는 입장을 내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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