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인이 있다. 그는 2014년 3월 광고대행사 대표에게 문자를 보낸다.

“2006년 이xx xxxx 사장님의 전별금 이후 이런 거이 첨입니다. 너무 큰 배려에 쬐매 무섭습니다. 저희 부부가 신세져 죄송한 맘인데...거기 하나 더 얹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꾸벅!”

문자를 보낸 언론인의 이름은 박은주 조선일보 문화부장(당시). 박 부장은 전별금을 받아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보이는 문자메시지를 박수환 뉴스컴 대표에게 보냈다.

그리고 약 1년 후인 2015년 4월 박수환 뉴스컴 대표가 고객사가 개최하는 전시회 기사를 부탁하자 박 부장은 “내일 좋은 시간에 올릴 수 있게 할게요. 근데 클릭 안 나오면 사라져요. 제가 기사 나오면 주소 찍어드릴테니 편하게 계세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기사 청탁이 오고간 정황이다.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난 박은주 부장의 민낯이다. 광고대행사를 통해 전별금 형식의 돈을 받고, 기사 청탁을 받고 친절히 기사 링크까지 보내주는 에프터 서비스까지…박 부장은 하지만 끝내 자신의 행위에 대한 해명을 묻는 요청에 ‘경영기획실에 요청하라’고 거부했다.

박 부장의 행위와 무책임한 모습은 과거 자신이 쓴 칼럼 내용과 대비하면 철저히 이율배반적이다.

박 부장은 2015년 3월 10일자 ‘박은주의 뒤집어보기’라는 칼럼 코너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언론인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다뤘다.

박 부장은 언론인을 포함해 '사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김영란법으로 묶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어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여론을 전하면서 ‘기레기’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현장이 아닌 보도자료를 베낀 기사나 엉성한 팩트와 허술한 문장의 기사를 비난할 때, 기자의 오만한 태도를 일컬어 ‘기레기’라고도 한다. 그 기레기들은 밥 한 그릇, 술 한잔에 지조를 팔고, 독자를 배신하는 집단이다. 독자보다 취재원에게 유착하고, 공익보다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한다. 별 것 아닌 정보를 써대며 독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집단이다. 독자들은 ‘기레기’라는 한 단어로 위기의 한국 저널리즘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썼다.

▲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 부장은 한편으로 “독자 눈에 기자는 아직도 ‘기자 선생님’이다”라며 “권위를 내세우며 거들먹거리는 꼴이 밉살스럽지만,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에 기여한 ‘계몽언론’, ‘기자 선생’으로서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들은 기자가 ‘사회 감시자’로 제 역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왜 기레기라고 언론인을 욕하면서도 기자 선생님으로 인식하는가에 대해 자기 나름 여론의 배경을 분석한 것이다. 이 같은 박 부장의 글은 언론인으로서 기레기라는 말의 모욕을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언론인이 사회 감시자로서 여론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뉴스컴 박수환 대표와의 문자메시지상에서 박 부장은 스스로 정의한 “밥 한 그릇, 술 한잔에 지조를 팔고, 독자를 배신”하고 “독자보다 취재원에게 유착하고, 공익보다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하는 기레기에 가까워 보인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박 부장은 칼럼 말미에 김영란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자들이 김영란 법에 반발하는 건 알량한 ‘밥 한 그릇’ 때문이 아니다. 조선일보를 비롯, 권위있는 언론사 기자는 밥먹는 건 걱정 없다”면서 “사실 정국을 흔든 특종 상당수는 ‘직무와 관련된 기밀’을 누설하는 검사, 경찰, 공무원에서 비롯됐다. 기자는 그들에게 아부도 하고, 회유도 해가며 정보를 얻는다. 윗선의 지시로 수사를 덮으면서도 ‘넘버 원이 접으라고 했다네’라고 투덜거리는 검사가 있어야 ‘특종’이 나오는 것이다. 기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직무연관성’의 덫에 걸려 취재원의 입이 닫히는 것이다”고 썼다.

그러면 한번 물어보자. 조선일보 기자는 밥 먹을 걱정이 없는데도 전별금 형태의 돈을 받고, 직무연관성의 덫에 걸릴 이유를 당최 찾아볼 수 없는 광고대행사 대표의 청탁을 받고 기사를 왜 썼나.

박 부장은 김영란법이 통과돼 취재원이 입을 닫게 되면 “신문이 죽고, 독자도 죽은 신문을 보게 된다”고 짐짓 고고한 척 충고하기까지 했다. 신문이 죽고 독자도 죽은 신문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그 이름, 기레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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