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들이 로비스트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에게 선물과 금품을 받은 정황이 보도돼 파장이 일고 있다.

뉴스타파가 지난 29일 보도에서 지목한 인사는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송 기자가 박 전 대표를 통해 자신의 자녀를 대기업 인턴에 취업시킨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타파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대가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현재 실형을 사는 박 전 대표 문자를 대량 입수해 보도하고 있다.

▲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왼쪽),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오른쪽). 뉴스타파는 이들이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그의 고객사로부터 선물 또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왼쪽),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오른쪽). 뉴스타파는 이들이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그의 고객사로부터 선물 또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송 기자는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국내 1위 제빵업체인 ‘SPC그룹’으로부터 미국 왕복 항공권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SPC그룹은 2015년 6월 송 기자 부녀의 영문 이름과 생년월일, 미국 여행 일정과 비행기 편명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문자를 곧바로 부하 직원에게 보냈다.

뉴스타파는 “SPC그룹이 박수환을 통해 송 기자 부녀의 항공권을 대신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라며 “워싱턴행, 뉴욕발 대한항공 왕복 티켓의 가격은 일반석 기준 150만원 정도다. 두 사람의 왕복 티켓 비용은 최소 300만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문자들이 오가기 전인 2015년 4월 조선일보에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홍보 기사(“‘100% 佛 밀로 만들었어요’ 파리바게뜨, 바게트 3종 출시”)가 실렸다.

기사가 보도되기 전 김아무개 SPC그룹 상무와 박 전 대표 사이에 여러 문자가 오갔다. 조선일보 측이 “싣기 힘들다”고 했지만 김 상무 부탁을 받은 송의달 당시 조선일보 산업부장이 기사 강행을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박 전 대표와 부하 직원 사이에 오간 문자에는 SPC그룹 관련 기사가 ‘1억원 짜리였다’는 내용도 있다. 미디어오늘 송 기자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 2014년 9월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사진=뉴스타파
▲ 2014년 9월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사진=뉴스타파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은 박 전 대표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 2014년 9월 강경희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박 전 대표에게 에르메스 스카프를 전달 받았다.

박 전 대표가 “부장님 로비에 맡겨두었습니다. 혹시 색상이나 사이즈 바꾸시려면 신세계 본점 에르메스에 2주일 내 교환이 가능합니다. 따뜻한 겨울 나셔요. 늘 고맙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자 강 국장은 “허걱. 우리 사이에 뭔 이런 거한 선물을. 하여튼 박 사장님이 주신 것이니 감사히 잘 받겠다”고 답했다.

강 국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에 “회사 안내데스크에 맡겨진 물건을 보고 부담을 느꼈다”며 “그래서 다음날 퀵서비스를 통해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는 “박 대표는 저에게 2번 비싼 선물을 보냈는데, 경제부장으로 발령 났을 때 보낸 선물은 제가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2016년 송희영 주필 사건이 터진 뒤 회사에 그 사실을 보고했다. 명품 스카프 선물을 받은 것이 대외적 시각에서 보면 과도하다고 비판할 수 있는데 그런 비판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은 미국 연수를 앞둔 지난 2014년 2월 박 전 대표를 만나 전별금 명목의 금품을 받아 논란이다. 전별금은 떠나는 사람을 위로하는 뜻에서 주는 돈이다.

2014년 3월 박 부장은 “2006년 이OO OOOO 사장님의 전별금 이후 이런 건 처음입니다. 너무 큰 배려에 조금 무섭습니다. 저희 부부가 신세져 죄송한 마음인데. 거기 하나 더 얹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꾸벅!”, “두고두고 보답하겠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박 전 대표에게 보냈다.

▲ 지난 2014년 3월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사진=뉴스타파
▲ 지난 2014년 3월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사진=뉴스타파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고객사에서 개최하는 한 전시회 소개 기사를 부탁하자 박 부장은 “내일 좋은 시간에 올릴 수 있게 할게요”, “제가 기사 나오면 주소 찍어드릴테니 편하게 계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 요청을 받고 SPC그룹에 불리한 기사를 삭제한 정황도 공개됐다. 박 전 대표는 김아무개 SPC그룹 상무에게 “죄송합니다. 위로 가면 너무 덧날 것 같아서요. 지난번 박은주 부장 기사 뺀 것이 첫 작품이라고 카운트해 주시옵소서”라는 문자를 보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대가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박 전 대표는 기사 청탁 대가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 수천만 원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송 전 주필과 박 전 대표를 “오랜 기간 스폰서 관계”라고 결론 내렸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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