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요리 프로그램 레시피(음식 만드는 방법)를 캡처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네티즌이 벌금 거액을 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요리와 관계없는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업체 소식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올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TV조선 프로그램 ‘만물상’에 등장하는 레시피를 캡처해 게재했다.

그런데 얼마 후 ‘씨앤피솔루션즈’(C&P Solutions)라는 곳에서 등기를 보내 “TV조선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방송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해 온라인 사이트에 게시한 사실이 있다”며 “정식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위해 연락을 바란다”는 내용의 등기가 왔다. 문제는 사용료로 캡처 한 컷에 30만 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 TV조선.
▲ TV조선.
레시피를 올리기 위해 다수의 컷을 사용한 A씨는 졸지에 수 백만 원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해당 등기에는 “이미지 및 영상을 삭제하고 연락을 주셔도 사용료는 발생하는 점을 인지해 달라”며 “연락이 없을 경우 법무법인 측에 인계하겠다”고 쓰여 있다.

TV조선은 지식재산권 보호 전문 씨앤피솔루션즈에 의뢰해 TV조선 프로그램 화면을 캡처하거나 영상을 올린 네티즌들을 찾았다. 씨앤피솔루션즈는 TV조선 측에 모은 자료를 보내고 검수를 받은 후 등기를 보내는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씨앤피솔루션즈에서 비슷한 이유로 사용료를 내라는 통보를 받은 네티즌은 A씨 외에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네티즌 역시 자신이 TV조선의 캡처를 블로그에 올렸고 벌금 수백만 원을 지불하게 생겼다고 사연을 올렸다. 네이버 지식IN에도 비슷한 질문이 올라와있다. 

▲ 포털사이트에 'TV조선 캡처 저작권'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 A씨와 비슷한 사례가 질문으로 등록돼있다.
▲ 포털사이트에 'TV조선 캡처 저작권'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 A씨와 비슷한 사례가 질문으로 등록돼있다.
A씨 행위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맞다. 유근성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28일 통화에서 “방송사 출처를 표기했다고 하더라도 방송사에 허가를 받지 않고 캡처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올렸다면 저작권 침해”라며 “A씨의 경우 저작권 침해 예외 사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법을 보면 △학교 교육 목적 △시사보도 목적 △비영리 공연이나 방송 △도서관에서의 복제 등은 저작권 침해 예외 사례이다. 그러나 A씨 사례는 예외 사례에 포함되지 않는다.

씨앤피솔루션즈 측은 “우리 취지는 저작권 계약을 하고 콘텐츠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맺은 협찬사들이나 미디어렙들이 손해를 보는 억울한 상황이 된다”며 “또한 우리가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대상은 보통 개인 블로거가 아니라 자신의 업체를 홍보하거나 직접적 홍보가 아니더라도 이미지를 사용해 간접 홍보를 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캡처 이미지가 (A씨가 운영하는) 업체 일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도 결국 블로그에 많은 이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이미지를 허가 없이 사용한 것”이라며 “이는 저작권법 위반이다. 바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합의를 통해 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A씨는 방송사 캡처를 블로그에 올렸다고 벌금 수백만 원을 내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입장이다. A씨는 미디어오늘에 “처음에는 수 백 만원을 내라고 했다. 너무 비싸다고 하니 절반만 내라고 한다”며 “비싸다고 깎아주는 거면 한 컷에 30만원이라는 기준은 왜 만든 것이냐”고 했다. 이어 “위법인지 몰랐고 경고라도 해줬다면 바로 조치를 취했을 텐데 갑자기 사용료를 내라고 하니 갈취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상식을 넘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업체와 전혀 관련 없는 요리 포스트를 올린 것을 무리하게 연결시켜 홍보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위반 사항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SNS 등에 프로그램 캡처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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