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30일 시인 박진성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보도한 자사 기사에 정정보도문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지난해 7월 한국일보와 소속 기자에게 기사·사설에 대한 정정과 위자료 5000만원 지급을 명한 지 6개월 만이다.

이번 정정보도문은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박씨와 한국일보 측이 조정에 합의한 결과다. 한국일보가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박씨에게 299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박씨도 자신이 관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일보와 ㅎ기자가 언급된 게시물을 전부 삭제하거나 비공개하기로 한 것.

한국일보는 30일 오전 “박진성 시인 관련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으로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한국일보는 박씨가 수년간 상습적으로 여성 습작생들에게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을 담은 2016년 10월21일자 첫 보도를 포함해 기사 3건에 “확인 결과 위 보도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는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가 30일 시인 박진성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보도한 자사 기사에 정정보도문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지난해 7월 한국일보와 소속 기자에게 기사·사설에 대한 정정과 위자료 5000만원 지급을 명한 지 6개월 만이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 한국일보가 30일 시인 박진성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보도한 자사 기사에 정정보도문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지난해 7월 한국일보와 소속 기자에게 기사·사설에 대한 정정과 위자료 5000만원 지급을 명한 지 6개월 만이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첫 보도를 전제로 한 2016년 10월24일자 사설에 대해서도 “확인 결과 위 사설에서의 의견 표명에 있어 전제로 삼은 위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는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날 SNS 공식 계정에도 “본지는 2016년 10월21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각 ‘박진성 시인, 미성년자 등 상습 성추행 의혹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작년 미성년자인 저는 저보다 나이가 20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하였습니다’라는 본문 글과 함께, 인터넷 한국일보에 게재된 관련 보도 내용을 링크했다”며 “그러나 그 게시물 내용 및 당시 링크한 기사에서 박진성 시인이 미성년자 등을 상습 성추행했다고 보도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심 판결문을 보면 박씨에게 의혹을 제기했던 한국일보 ㅎ기자는 첫 보도 전까지 기사에 등장하는 피해자 여성 및 박씨와 전화 또는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사자 취재 없는 보도였던 것. 

한국일보 측은 재판에서 보도 일부가 허위일지라도 공익에 관한 것으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한국일보가 30일 시인 박진성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보도한 자사 기사에 정정보도문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지난해 7월 한국일보와 소속 기자에게 기사·사설에 대한 정정과 위자료 5000만원 지급을 명한 지 6개월 만이다. 사진=한국일보 페이스북 화면.
▲ 한국일보가 30일 시인 박진성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보도한 자사 기사에 정정보도문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지난해 7월 한국일보와 소속 기자에게 기사·사설에 대한 정정과 위자료 5000만원 지급을 명한 지 6개월 만이다. 사진=한국일보 페이스북 화면.
되레 재판부는 “성폭력 관련 보도는 그 이슈 자체가 갖는 ‘폭발성’과 ‘휘발성’으로 인해 더욱 세심한 확인 취재가 필요한 것”이라며 “ㅎ기자와 기타 한국일보 소속 취재진들은 단순히 SNS에 폭로된 게시 글만을 취합하고, 그에 대한 추가 확인을 전혀 하지 아니한 채 마치 그 내용이 사실일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처럼 보도해 박진성의 명예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와 기자가 박진성의 극구 부인에도 추가 취재에 나서기보다는 허위 사실을 전제로 한 후속 보도를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스스로 이중, 삼중의 가해를 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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