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손 의원을 겨냥한 의혹 보도 공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29일자에서 손 의원 부친의 남로당 전력을 문제 삼았지만 이번 사태 본질에선 비켜나 있는 문제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지난 28일 YTN 라디오에서 “얼마 전까지 정국을 규정하는 건 손혜원 사건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 정국을 규정하는 사건은 (자유한국당의) ‘5시간30분 단식’”이라고 말했다. 국민과 여론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단 말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송언석 의원도 국회의원 권한을 사적 이익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난 화살이 야권으로도 분산됐다.

‘손혜원 의혹’을 첫 보도한 SBS ‘8뉴스’도 지난 23일 손 의원의 목포 기자회견을 끝으로 일단 연속 보도를 마감한 듯하다. 이 방송사는 지난 15~20일까지 리포트 29건을 보도하며 화력을 손 의원에게 집중했다. 이 사안이 수십 개 리포트를 쏟아낼 사안인가. ‘부동산 투기’에서 ‘이해충돌’로 프레임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손 의원을 굴복시키기 위한 자존심 대결 아닌가. SBS 보도에 대한 비판 여론은 손 의원 해명이 더해질수록 거세졌다. ‘대주주 개입’ 등 음모론을 꺼낸 일부 누리꾼들은 SBS를 ‘토건방송’이라고 맹비난했다.

가열된 여론 앞에서 SBS 탐사보도부도 입 떼는 데 난색을 표했다. SBS 탐사보도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어렵다’,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자’며 취재에 쉽게 응하지 않았다. 보도 초기 취재 기자가 SNS에서 비판 여론을 반박하던 것과 또 다른 모습이다.

▲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SBS 입장에서 ‘광고주 불매 운동’으로 압박하는 온라인 비난이 과하다고 평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도 ‘과잉 보도’는 입길에 오르내렸다. 공영방송의 한 기자는 SBS 보도에 “조심스럽지만 몇 꼭지 정도로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 않았을까 싶다”며 “논란이 가열되고 손 의원과 강대강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SBS가 뒤로 물러설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현 한겨레 신문콘텐츠부문장은 28일자 칼럼에서 “이번 사안은 언론의 문제제기가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었다고 본다”면서도 “뉴스 가치에 비해 과잉 보도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여당 의원의 투기 혹은 이해충돌 의혹이라는 사안에 대해 방송과 신문들이 거의 게이트급 사건을 다루듯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도 확인된 바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손 의원이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로서 목포 부동산 매입에 관여해 이해충돌 논란을 자초한 건 문제지만 사안의 비중이나 뉴스 가치에 비춰봤을 때 과잉 보도를 일삼는 행태는 ‘공론장 왜곡’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5~20일까지 SBS와 보도 개수(29개)가 같았던 TV조선이나 청와대와 손 의원을 무리하게 엮으려 한 보수신문도 이번 ‘떼거리 저널리즘’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9일 “TV조선은 SBS와 같은 보도량으로 이번 논란에 가장 적극적인 보도를 보인 방송사였다”며 “하지만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과도하게 논란을 증폭시키거나 자매사인 조선일보와 왜곡보도를 주고받는 보도들”이라고 비판했다.

SBS ‘손혜원 의혹’ 보도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탐사보도를 주제로 한 논의도 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지난 27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탐사보도 문제를 깊이 생각할 때가 왔다”며 “언론사들만이 뭔가 노력해서 정보를 발굴할 수 있던 시대가 지나갔다. (손혜원 의혹 보도가 나온 뒤) 온라인에서 수많은 반대 증거와 해석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프로페셔널이 아닌 아마추어인데도 증거를 제시했다. 과거 탐사보도 방식보다 더 깊게 들어가지 않으면 독보적 힘을 갖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문호 KBS 탐사보도부 기자는 저널리즘토크쇼J 유튜브에서 “SBS 보도를 평가할 순 없지만 같은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 나도 투기 가설을 갖고 그걸 입증하기 위해 보도했을 것”이라며 “탐사보도가 완벽할 수는 없다.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상적 탐사보도는 사실상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탐사보도가 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놓고 판단하는 것이다. 보도로 인해 변화가 잘 이뤄지면 보도 과정이 다소 정당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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