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편집국장 재신임안이 부결되면서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구성원들은 내부 소통 부재와 편집권 침해 문제 등이 얽혀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경영진이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서울경제는 편집국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재신임투표를 통과하면 나머지 1년 임기를 연장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서울경제 노동조합은 28일 현 편집국장이 임기 2년을 채우면서 재신임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145명 중 120명이 투표에 참여해 신임은 42명, 불신임은 77명으로 나왔다. 재신임안은 과반수를 넘겨야 통과되는데 불신임 찬성율이 64%에 이르면서 부결됐다.

서울경제 구성원들은 편집권 침해 문제 등으로 인해 신임을 받지 못했던 것이 불신임투표 결과로 이어졌다면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불신임 찬성율에 놀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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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재신임안이 부결된 요인으로는 여러 문제가 거론된다. 지난해 1년 사이 서울경제에서 저연차 기자 5명이 퇴사했다. 노동조합은 1월 성명을 통해 “경영진은 신문사의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젊은 기자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했는가. 공정보도 설문조사에서 단골로 지적되는 소통부재란 때 묻은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라며 젊은 기자들의 이탈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복수의 서울경제 기자들은 이번 불신임 투표 결과의 배경으로 내부 소통 문화가 부재한 것뿐 아니라 △선임기자 해고 사태 △신문부수 확장을 위한 평기자 경쟁 노골화 △대표이사 부회장의 편집권 침해행위 정당화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경영진은 근무태만을 사유로 A선임기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현재 편집국장이 앞 기수를 따돌리고 국장 자리에 올라 윗기수 기자들이 자의로 퇴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A기자의 해고 사태가 불거졌다는 게 구성원들의 주장이다. A선임기자는 결국 노동조합에 가입한 뒤 해고에 이의를 제기했고 인사징계위에 회부되지 않고 복직됐다. A기자는 오는 6월 퇴사하기로 했다. 경영진이 현 편집국장을 임명한 이후 보수 우경화 논조가 강화됐고, 이에 반발하는 선배 기자와 젊은 저연차 기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는 것이다.

평기자들에게 신문 부수 영업 확장 지시를 무리하게 내린 것도 이번 불신임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서울경제 구성원들의 주장이다. 서울경제 노동조합은 편집국장이 데스크 회의에서 최근 4년 동안 단 한부의 신문 확장을 하지 않은 기자들이 있다며 해당 기자들에게 인사평가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편집권 침해 행위를 막아주지는 못할망정 이를 정당화했다며 편집국장에 대해 실망했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서울경제 기자들은 대표이사 부회장이 데스크 부장들과 기획회의를 하고 심지어 편집국장을 호출해 기사 방향과 관련해 다그치는 상황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편집국장은 이 같은 상황은 편집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구성원들이 이에 반발했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현 국장 취임 이후 윗기수 선배들을 한직으로 보내고 보수우경화 논조가 강화되는 기사가 많아지면서 어린 연차의 기자들도 떠났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은 이 같은 배경에서 불신임 투표 결과가 나왔다며 경영진이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신임투표 규정상 불신임 결과 수용 강제 조항이 없어 경영진이 현 편집국장을 재신임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에 노동조합은 29일 오후 대의원회의를 긴급 소집해 단협 조항 해석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을 모으고 불신임투표 결과를 수용하라는 의견을 경영진에 전달했다. 불신임 투표 결과를 받은 김아무개 국장은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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