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해상 초계기 위협 비행을 통해 잇달아 군사도발을 일으키는가 하면, 아베 총리는 한국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치고 빠지기식 갈등을 낳고 있다. 일본이 왜 이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쟁점1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한일 초계기 갈등은 지난해 12월20일 우리 함정이 조난선박을 구조활동 중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을 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 함정이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조준해서 비추는 행위)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인도주의적 조난구조 활동 중이었던 우리 함정은 일측 초계기에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방국의 항공기에 위협적인 추적레이더를 조사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일측 주장을 고려해 당일과 동일한 조건에서 실시한 2차례 전투실험, 승조원 인터뷰, 전투체계 및 저장된 자료 분석 등을 통해 당일 우리 함정으로부터 추적레이더(STIR)가 조사되지 않았다는 명백하고 과학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추적레이더 조사여부는 일측이 관련 레이더 주파수의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하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지만, 일본은 이를 거부한채 더 이상의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문제는 일본이 말로는 논의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또다시 지난 18일, 22일, 23일 잇단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으로 도발을 가했다는 점이다. 서욱 합참 정보본부장은 지난 23일 “14시03분경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을 명확하게 식별한 상황임에도 거리 약 540m, 고도 약 60 내지 70m로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를 시인하거나 최소한의 유감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쟁점2 일본은 왜 군사갈등 일으키나

가장 큰 의문점은 일본이 왜 우리 군을 상대로 이 같은 해상에서의 군사적 위협행위를 벌이느냐에 있다. 일단 우리 군을 자극해 무력대응을 하도록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우리 군이 일본군의 위협행위에 섣불리 군사대응을 했다가 이를 빌미로 더 큰 대응을 낳고, 그 책임까지 우리에게 덮어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 군이 하지도 않았다는 레이더 ‘조사’를 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초계기 위협비행을 계속해왔다.

▲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자난 26일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해상초계기의 초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국방부
▲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자난 26일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해상초계기의 초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국방부
이에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우리 군의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일본 군사위협에 우리 군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도 우리로서는 답답한 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절대 자기 스스로 경고사격과 같은 직접적인 도발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해상군사력 면에서도 일본은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공군중령 출신의 군사전문가 김성전 씨는 29일 “위협비행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본이 저런다고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해상 군사력도 우리와 일본이 비교가 안된다. 서로 싸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결국 논리싸움 밖에 할 것이 없다. 확전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평가했다.

서로 무리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이 같은 위협은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아베 일본 총리는 지지율이 많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신문은 여론조사 결과(25~27일) 53%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급진전하면서 일본 스스로 고립될 것을 우려해 한반도 평화에 훼방을 놓으려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에도 일본은 북한에 납치자문제만 제기할 뿐 북핵해결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는 일본이 더욱 북한을 압박하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지난해 이후 남북미 관계가 해빙무드인 상황에서 일본은 존재감이 없다.

더구나 일본은 북한을 상대로 납치자 문제에만 목소리를 높일 뿐 과거사 청산 문제에는 소극적이거나 반성하지 않은 태도를 보여왔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 확정판결과 위안부 문제에 직면해 더욱 명분을 잃자 이번 초계기 사태를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김성전 씨는 “대내적 정치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아베의 목적”이라며 “남북관계 북미관계 좋아지니 재팬패싱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쟁점3 조선·중앙일보 왜 국방부 탓하나

이처럼 초계기 갈등을 일으킨 당사자는 일본인데도 일부 언론은 우리 국방부를 탓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지난 26일 해작사를 찾아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에 대해 “우방국에 대한 심대한 도발행위”라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28일자 1면 머리기사 ‘군이 앞장선 한일 감정싸움’에서 “국방장관이 북한의 도발이 아닌 일본과의 갈등 문제로 일선 부대를 방문해 작전 지침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군에서 증폭되고 있는 한·일 관계 악화가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썼다.

▲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자난 26일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해상초계기의 초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국방부
▲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자난 26일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해상초계기의 초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국방부
조선은 사설에서도 “양쪽의 대응도 성숙한 외교적 자세가 아니라 저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 여권 일각에선 양국 간의 정보보호협정 폐기까지 주장하고 있다. 한·일 양국 모두에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지난 24일자 사설에선 “민간에선 우방국인데 양국 정치권은 서로를 적대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양국의 군과 정치권이 문제라는 양비론이다. 감정적 충돌로 치달아서도 안되겠지만 전후관계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은채 양쪽 모두 잘못이라는 접근도 이성적인 진단이 아니다.

전망 - 초계기 갈등 일으킨 아베는 왜 한국을 패싱했나

일본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겠다”고 한 반면, 한국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초계기 갈등으로 정치적 이익만 보고 실제 공식 발언을 통해서는 외면한 셈이다.

초계기 갈등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 잠복돼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월 말 열릴 예정인 2차 북미정상회담이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미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일본이 과거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조선일보 2019년 1월28일자 1면
▲ 조선일보 2019년 1월28일자 1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