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치심의’를 한다는 안팎의 지적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상현 방통심의위원장은 2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4기 방통심의위 1년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에서 정치심의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심의가 진행 중인 사안에도 그런 주장을 한다. 그런 비판이나 주장을 하는 쪽이 ‘정치적’일 뿐 아니라 ‘정치심의’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정부 4기 방통심의위가 2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4기 방통심의위 1년 출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방통심의위
▲ 문재인 정부 4기 방통심의위가 2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4기 방통심의위 1년 출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방통심의위

강상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KBS ‘오늘밤 김제동’ 심의 당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S ‘오늘밤 김제동’은 지난달 4일 방영분에서 김수근 위인맞이 환영단장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약 2분간 내보내 방통심의위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했다. 자유한국당 추천 상임위원이 심의에 반발해 퇴장하자 의결을 미루고 전체회의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1일 논평을 내고 “자유한국당과 방송계의 일부 극우 세력, 보수 성향 단체의 이념 공세를 ‘사회적 관심’으로 포장해 의견진술을 결정한 것 자체가 이미 KBS에 대한 마녀사냥 동참에 다름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 시민단체들이 모인 단체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진 의견진술을 받은 것도 모자라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퇴장이라는 술수에 말려 이번 건을 전체회의에 회부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방통심의위가 TV조선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보도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 보도에 강력한 제재를 한다며 정치심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상현 위원장은 “그동안 일부 위원 개인이 특정 정치적 입장에서 판단하고 심의하는 경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원회 차원에서 특정 정치세력이나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어떤 결정이 내려진 경우는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디지털성범죄 영상 전담 인력을 위한 추가예산 26억4500만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과됐으나 예결특위에서 무산된 일을 두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전액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4시간 체제로 (대응팀을) 운영하려고 했는데 예산이 없다”며 “범사회적으로 관심과 우려가 큰 긴급 사안인데 국회 차원의 지원이 없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지원 없이 증액할 수 있는 예산이나 기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의 권한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상현 위원장은 정부부처가 아닌 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원회의 고유 권한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부처들이 관련 업무와 연관된 불법유해 정보 등에 대한 신속한 단속 필요성 등을 이유로 모니터링을 넘어 직접 심의, 차단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부 검열이나 과잉규제의 위험성이 있다. 법적으로도 문제”라고 밝혔다.

사행성산업감독위원회는 도박과 관련한 정보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의약품 거래와 관련된 정보를,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 및 웹툰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에 대한 심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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