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손석희 JTBC 사장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일방 주장을 바탕으로 선정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손석희 사장 사건은 지난 24일 연합뉴스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웅 프리랜서 기자가 지난 10일 상암동 한 주점에서 손 사장에게 폭행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 접수한 내용을 기사화했다. ‘손석희’라는 키워드가 김 기자 측이 주장하는 폭행과 연결되면서 손 사장 관련 보도는 여론의 관심을 받았고 언론은 이에 발맞춰 기사를 쏟아냈다. 연합뉴스 첫 보도 이후 24~29일까지 손석희 사장 이름이 들어간 언론 보도는 1135건(29일 오후 2시 기준)에 이른다.

손 사장과 반대편에 서 있는 김웅 기자는 폭행 사건이 보도되고 난 뒤 30여개 매체의 기자들과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손 사장과 나눈 대화 내용과 자신의 주장을 전달했다. 기자들은 김 기자가 건네준 자료를 가지고 의혹성 기사를 작성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손 사장 측은 과거 차량 접촉 사고를 빌미로 김 기자가 취업 청탁 및 협박을 해왔고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반박하고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언론은 이를 맞고소 갈등 국면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손 사장이 JTBC에서 위상과 영향력있는 언론인 지위를 고려한다면 여론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연 언론이 공익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보도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특히 차량 접촉 사고 시 동승자 여부 논란은 언론의 공익 목적과 동떨어진 사안이다. 손 사장이 동승자를 감추기 위해 접촉사고가 알려지는 걸 꺼렸고 폭행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손 사장이 이를 무마하려고 김 기자 측에 채용을 제안했다는 것은 현재까지 추측일 뿐이고 김 기자 주장이 반영된 내용일 뿐이다.

동승자 논란은 사실 확인도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추측에 추측을 더해 관음증을 자극한다. 대표적으로 동아일보는 접촉사고가 있었던 과천의 한 공영주차장까지 찾았다. 이미 손 사장이 접촉 사고 피해자인 견인 차량 주인과 합의했던 것에 비춰보면 현장 검증이라는 형식의 보도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동승자가 있었다는 김 기자 주장 역시 ‘전언’으로만 존재한다. 김 기자는 경찰 진술에서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이 동석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손 사장은 ‘당시 90세가 넘는 어머니가 탑승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동승자 배석 여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목격자’라고 할 차량 접촉 피해자를 인터뷰해놓고도 동승 여부 및 동승자 신원은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도 상식밖이다. TV조선은 접촉사고 지점부터 피해차량이 손 사장의 차량을 멈춰 세운 곳까지 동선을 따라가는 보도를 내놓고 직접 피해차량의 주인과 인터뷰 했다.

피해자는 “범퍼가 눈에 보일 정도로 우그러졌고, 라이트(전조등)에 금이 갔다”면서 “가해 운전자는 차창을 두드려도 멈추지 않고 3km 가량을 달아났다. 경적을 마구 눌렀더니 그제야 차량을 세웠다”고 말하며 단순 접촉사고가 아니라 뺑소니에 가까웠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가 동승자를 목격했는지 여부는 TV조선 인터뷰에 나오지 않는다.

손석희 사장이 접촉 사고 피해자에게 전화 걸어 동승자를 물었다는 보도도 마찬가지다. TV조선은 차량 접촉사고가 보도된 24일 직후 손 사장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손 사장이 그날 일을 누구한테 말한 적 있는지 동승자를 봤는지 물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TV조선은 해당 보도에서도 피해자와 접촉해놓고 동승자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그토록 밝히고 싶었던 동승자를 직접 접촉 사고 피해자까지 만나고도 밝히지 못한 것은 동승자가 없었거나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손 사장이 피해자에게 전화 걸었다는 보도의 사실관계도 엇갈린다. 손 사장 측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24일 이후가 아니라 보도가 나오기 전이라는 입장이다. 손 사장이 전화를 걸어 동승자를 물었던 이유도 직접 동승자가 없었다는 증거를 수집하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 손석희 JTBC 사장.
▲ 손석희 JTBC 사장.
김 기자가 기자들에게 개방한 단체 채팅방에서 공익적 목적을 무색케하는 대화도 오가간다. 김 기자는 지난 2010년 손 사장으로부터 ‘뺑소니’를 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서 제보자가 일정 금액의 사례를 원하고 이를 언론사가 해결해줄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 언론사는 김 기자가 말한 또 다른 피해자를 인터뷰해놓고도 결국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 모니터팀장은 “사고 피해자를 단독 인터뷰한 보도는 폭로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간접 지원사격의 성격이 있다”면서 “하지만 정작 보도 내용만 보면 김웅 기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도 안된다. 동승자나 뺑소니 여부도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 불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설득력 있는 사실처럼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봉우 팀장은 “자사 시사프로를 이용해 일종의 여론전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손 사장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론 보도를 활용하는 부적절 행위로 보인다”며 “특히 동승자 여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인 취업청탁과 폭행에서 벗어나 있는데 손 사장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어떤 인상을 주기 위한 장치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결국 이게 뉴스가치가 있는 이유는 손석희 사장이 유명해서다. 다만 공익적 차원에서 이 사안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사안이지 의문”이라며 “동승자 논란은 여성연예인이 사고가 나면 누가 옆에 타고 있었다라고 루머 도구로 사용하는 프레임과 비슷하다. 선정적 관점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언론보도”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반대로 김 기자를 둘러싼 말들, 그에 대한 캐내기식 보도들도 문제가 많다. 무엇이 됐건, 보도가 과열되면 당사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차분히 수사결과를 지켜봐도 되는 사안이다. 언론이 따라다니며 집중할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주요 이슈가 가려져 손해 보는 것이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선정적인 언론 보도의 이면에는 JTBC 경쟁력이 손석희 사장에게 몰려있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 사장 개인 리스크가 JTBC 매체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상황에서 경쟁 매체들의 ‘공세’로 보이는 미확인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정적 보도는 그 자체로 문제지만 당장 손석희 사장의 대응에도 부적절한 대목이 있다. 손 사장이 19일 김 기자 측 변호인에게 중앙그룹 계열사 용역을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JTBC 회사 이익을 침해할 내용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실제로 돈이 오고간 게 없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고 김 기자의 협박을 회유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놓은 대응책일 수 있지만 공과사를 엄격히 구분해야 할 손 사장으로서 ‘오점’으로 남을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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