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돈을 벌어야 우리가 돈을 번다.”

구글이 지난해 3월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 출범을 발표하며 공언했던 건 명확하다. 언론사가 포털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저널리즘 생태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새로운 도구(tool)를 개발하고 기술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뉴스를 총괄하는 리처드 깅그라스 부사장은 지난 25일 서울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2019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 서울 포럼’ 키노트 스피치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GNI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저널리즘 생태계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서”라며 “구글 성공의 원천은 열린 웹 공간에서 구글 검색과 광고에 있었다. 구글 검색의 가치는 전 세계 수십억 사용자의 풍부한 지식 생태계 확보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깅그라스 부사장은 “현재 200만 곳 넘는 언론사가 돈을 벌어야 우리가 돈을 벌고, 우리 광고 기술의 70%가 언론사로 간다. 언론사가 웹상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도 같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저널리즘이 사회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글이 (독립적인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해) 뭘 할지, 최선으로 더 나은 환경을 만들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 리처드 깅그라스(Richard Gingras) 구글 뉴스 총괄 부사장이 지난 25일 서울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2019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 서울 포럼’ 키노트 스피커로 나와 GNI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대학생 기자
리처드 깅그라스(Richard Gingras) 구글 뉴스 총괄 부사장이 지난 25일 서울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2019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 서울 포럼’ 키노트 스피커로 나와 GNI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대학생 기자
‘권위와 품격, 퀄리티(quality)’. 깅그라스 부사장이 생각하는 이상적 저널리즘 모델이다. 이를 위해 구글이 뉴스 정책에서 2014년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게 트러스트 프로젝트(Trust Project)다. 트러스트 프로젝트는 언론사의 ‘신뢰 지표(Trust Indicators)’를 뉴스 검색 알고리즘에 반영해 독자들이 더욱 신뢰할 언론사와 기자의 기사를 구독하게 도와주자는 취지다.

깅그라스 부사장은 “전 세계 언론인이 구글 도움을 받아 신뢰를 구축하는 툴을 마련하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며 “사실과 근거에 대한 보도로 언론사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독자가 사실과 허구를 구분 짓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허위 출처에서 나오는 가짜뉴스 문제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 논란과 해결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구글은 이용자가 웹상에 떠도는 정보의 출처와 근거를 파악해야 검색 결과에 신뢰도 높아진다고 판단한다.

구글은 수년간 트러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신뢰 지표’를 발표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200개 언론사의 수용자 신뢰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보니 수용자 신뢰도는 8%가 개선됐다. 아울러 독자가 신뢰하는 매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가능성도 8% 증가했다. 이런 신뢰도 제고가 독자 구독료 등 언론사의 경제적 가치로 동반 상승했다는 게 구글의 분석이다.

깅그라스 부사장은 “언론의 취재·보도 과정에서도 양질의 언론사에서 역량 있는 기자가 취재하는 내용의 근거와 배경을 제공하며 취재부터 편집까지 전체 과정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도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독자가 더 투명하게 보도 과정을 알도록 정보를 줘야 뉴스 신뢰도 높아졌음을 여러 성공 사례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깅그라스 부사장은 이를 “뉴스의 민주화”라고 표현했다. 관건은 뉴스 독자를 어떻게 언론사와 관여하도록 유도하느냐는 것. 이제 뉴스 독자는 과거처럼 언론사가 일방으로 전달하는 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깅그라스 부사장은 전 세계 성공적 언론의 구독 모델이나 로컬 뉴스의 비결은 독자와 지역사회를 완전 다른 방식으로 관여시키는 데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사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민이 언론사의 역할을 이해하도록 하고 지원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순히 콘텐츠 접근권을 파는 게 아니라 구독자와 지역사회 구성원이 언론사의 역할과 사명을 이해하고 기사 취재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영향을 미친다면 구독료와 멤버십 등 디지털 매출에서 건전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 리처드 깅그라스 구글 뉴스 총괄 부사장이 지난 25일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 서울 포럼 키노트 스피치 전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대학생 기자
리처드 깅그라스 구글 뉴스 총괄 부사장이 지난 25일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 서울 포럼 키노트 스피치 전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대학생 기자
깅그라스 부사장은 이날 키노트 스피치에서도 “오늘날 뉴스는 넘쳐나고 저널리즘인 척하는 뉴스와 저널리즘을 공개 조롱하는 세계적 추세에서 신뢰 회복은 더욱 중요해졌다”며 “양질의 저널리즘 미래를 보전하기 위해 매일 실천해야 하는 책임감을 구글도 강하게 느끼고 있어 어떡해야 건강한 저널리즘 생태계가 유지될까 고심한다”고 밝혔다.

깅그라스 부사장은 구글 뉴스 검색 비중이 높은 다른 나라와 달리 네이버 포털이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환경의 전략에선 “우리로선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가두리 양식장과 퍼블리셔(publisher)의 관계는 언론사에도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지난해 새로 론칭한 구글 뉴스를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보급률을 높이고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는 방침에 한국의 언론사 쪽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한국 언론사도 성공하려면 흔히 정해진 네이버 틀을 벗어나는 방법밖에 없다고 깨닫고 있어 우린 네이버가 아닌 다른 툴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 구글을 뉴스 검색을 통한 기사 화면 구동시간이 느리고 지저분한 광고가 많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뉴스 콘텐츠 구동시간을 줄여주는 AMP(Accelerated Mobile Pages) 툴 보급에 힘쓴다고 했다.

깅그라스 부사장은 “평균적으로 뉴스 페이지에 수많은 광고로 첫 화면 속도가 느려지므로 AMP로 광고 호출 방식을 바꾸고 훨씬 효율적인 광고 포맷을 지원해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언론사에 광고 수를 줄임으로써 수용자 관여도를 높여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우리가 AMP로 도와준다고 계속 설득하는데 궁극적 결정은 언론사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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