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한국경제신문 간부들이 ‘로비스트’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를 통해 자신의 자녀를 대기업 인턴에 취업시킨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28일 “지난 수개월간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 관계를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둘 사이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 바로 ‘로비스트’ 박수환의 휴대폰 문자 파일”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박 전 대표 문자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 전 대표 휴대폰에 저장됐던 것이다. 무려 2만 9534건에 달한다. 이번 보도는 사실상 예고편인 셈이다. 

▲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왼쪽)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뉴스타파는 두 사람이 2015년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인턴에 채용되도록 청탁한 의혹을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왼쪽)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뉴스타파는 두 사람이 2015년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인턴에 채용되도록 청탁한 의혹을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뉴스타파가 거론한 언론인 두 명은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다. ‘박수환 문자’와 뉴스타파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이 실장의 경우 지난 2015년 6월 자신의 딸이 자동차 회사인 한국GM 인턴에 채용되도록 박 전 대표에게 청탁한 정황이 공개됐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6월 황지나 GM 부사장에게 “부사장님 한국경제 이학영 편집국장님 딸 인턴 가능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황 부사장도 “어떤 방법이 가능할지 찾아볼게요”라고 답문을 보냈다. 황 부사장은 또 “인턴은 인사부 공식 채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진행할게요”라고 박 전 대표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 실장 딸의 한국GM 인턴 채용 과정은 비정상적이었다. 한국GM은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인턴을 채용하는데 이 실장 딸 이력서는 채용 절차가 모두 끝난 뒤 한국GM에 접수됐다.

지원서 접수 기간은 2015년 5월7일~13일, 최종 합격자 발표일은 2015년 6월11일이었다. 박 전 대표를 통해 이 실장 딸 이력서가 한국GM에 들어간 것은 2015년 6월16일 이후였다. 공정한 절차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박수환 문자’에는 “선채용 후면접”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 실장은 딸 인턴 채용이 확정되자 박 대표에게 “열렬 감사드린다”, “부끄&쑥쓰”라는 문자를 보냈다. 딸 첫 출근날에도 박 전 대표에게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뜻 깊이 새기겠다. 박 사장님&뉴스컴 화이팅!!!”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뉴스타파는 두 사람이 2015년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인턴에 채용되도록 청탁한 의혹을 보도했다. 박수환과 이학영 실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사진=뉴스타파
▲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뉴스타파는 두 사람이 2015년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인턴에 채용되도록 청탁한 의혹을 보도했다. 박수환과 이학영 실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사진=뉴스타파
이 실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에 “내 아이가 인턴도 못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다. 채용을 부탁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 문제에 이런 의혹으로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아버지로서 드리고 싶다”고 해명했다.

이 실장은 한경 기획조정실장 시절인 지난 2017년 2월 한국GM 노조의 불법 채용 문제가 불거지자 “‘수구 노조’ 타락에 눈감은 ‘진보 정치’”라는 칼럼으로 노조와 진보 진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실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딸 인턴 채용을 청탁한 사실이 없다”며 “뉴스타파는 왜 청탁을 한 것으로 보도했는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청탁과 연결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통화를 길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통화 끊기에 급급했다.

송의달 조선일보 오피니언 에디터 자녀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11월 황 부사장은 박 전 대표에게 “사장님 송의달 부장님 따님의 이력서가 급히 필요합니다. 회사의 동계 인턴 프로세스에 넣으려면 다음주에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고 본인이 우리 채용 사이트에 가서 본인 등록도 필요하답니다”는 문자를 보냈다. 송의달 에디터는 당시 조선일보 산업부장이었다.

문자가 오간 뒤인 2015년 4월 박 전 대표는 송 에디터에게 “부장님 따님 오늘 만났습니다. GM에서 여러 가지 일 많이 경험하고 있네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송 에디터는 “예. 깊이 감사합니다. 얘기 들었습니다. 연락드릴게요. ^^”라고 답문했다.

당시 한국GM 채용 공고를 보면 인턴 서류 접수 기간은 2014년 11월5일부터 12일까지였다. 황 부사장이 송 에디터 딸의 이력서를 박 전 대표에게 요청한 시점은 원서마감이 9일 지난 뒤였다. 

뉴스타파는 “송 에디터는 박 전 대표를 통해 딸의 인턴 근무 희망 시기와 기간까지 지정해 한국GM에 통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도 나왔다”면서, 박 전 대표가 2014년 11월 한국GM 측에 보낸 문자 “(송 에디터 딸이) 내년 3월부터 4개월 동안 인턴하시겠답니다”를 공개했다. 

송 에디터 바람대로 딸은 이듬해 한국GM 인턴으로 채용됐다. 별도의 채용 공고는 없었다는 게 뉴스타파 보도 내용이다. 

송 에디터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뉴스타파 취재진에 “그때 당시 한국GM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황지나 부사장과 잘 알고 있었다”며 “그전부터 딸의 인턴 문제에 대해 얘기했었다. 당연히 절차를 거쳐 인턴에 채용됐다. 특혜 채용이라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송 에디터 입장을 더 듣기 위해 28일 수차례 연락했으나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뉴스타파는 두 사람이 2015년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인턴에 채용되도록 청탁한 의혹을 보도했다. 박수환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뉴스타파
▲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뉴스타파는 두 사람이 2015년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인턴에 채용되도록 청탁한 의혹을 보도했다. 박수환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뉴스타파
황 부사장은 뉴스타파에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동계·하계 인턴 외에도 인사팀 판단에 따라 인턴을 상시 채용할 수 있다”며 “채용 청탁은 전혀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정식 절차를 밟지 않으면 인턴에 합격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대가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박 전 대표는 기사 청탁 대가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 수천만 원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송 전 주필과 박 전 대표를 “오랜 기간 스폰서 관계”라고 결론 내렸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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