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원내부대표)이 2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에 반발하며 시작된 릴레이 단식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이 희화화는데 그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민주노총 조합원인 기자들이 그것에만 조롱하듯이 하는데 이거 잘못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기자들 다 민주노총 조합원이지 않냐. 기자 KBS 등 어떤 소속으로 표시하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행동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라며 최근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을 향한 조롱·풍자가 마치 민주노총의 의도적인 여론몰이인양 주장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그런 기사를 많이 썼다”고 반박했지만 정 의원은 오히려 “우리가 왜 사과를 하나. 기자들이 사과를 해야 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 의원 주장은 사실일까.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조선·중앙·동아일보 28일자 지면을 보자.

▲ 자유한국당 '릴레이 단식' 관련 28일자 조중동 지면. 디자인=이우림 기자.
▲ 자유한국당 '릴레이 단식' 관련 28일자 조중동 지면. 디자인=이우림 기자.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은 이날 “‘자폭 투쟁’ 벌이는 한국당”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쯤 되면 대여 투쟁이 아니라 자폭 투쟁이라 할 만하다. 자유한국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라며 릴레이 단식을 두고 “당내에서도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의원들이 4~5명씩 조를 짜서 국회에서 단식을 한다는데 그 시간이 5시간30분씩이다. 보통 사람들은 5~6시간에 한 번씩 끼니를 해결하니 ‘단식 쇼’에 가깝다”고 적었다. 최승현 차장은 “‘릴레이 다이어트’, ‘웰빙 단식’이란 조롱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선일보 5면 톱기사 제목은 “조롱거리 된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이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단식? 자유한국당의 고질적인 무개념”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국민감정이나 상식과는 동떨어진 한심한 일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가리켜 “단식 개그란 조롱이 빗발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단식은 합법적 수단으론 도저히 권력에 맞설 수 없던 시절, 정권에 대항하던 수단이었다. 어떤 절박함도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이벤트를 단식으로 포장한 한국당의 고질적 무개념에 조롱이 쏟아지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성지원 중앙일보 기자는 “5시간30분 밥 안 먹는 ‘얼치기 단식’”이란 제목의 취재일기를 통해 릴레이 단식을 두고 “기껏해야 한 끼 건너뛰는 것을 단식 투쟁으로 포장하려 한 한국당 지도부도,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의원들도 문제의식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당직자 발언을 인용해 “현 정권이 저리 헤매지만 우리 당도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정연욱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5시간30분 단식”이란 제목의 ‘횡설수설’ 칼럼에서 “점심을 낮 12시, 저녁을 오후 7시에 먹어도 6시간 정도 비는 데 5시간30분에 단식이란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고 비판한 뒤 “뒤늦게 논란을 의식한 한국당은 릴레이 단식 농성 명칭에서 단식이란 표현을 뺐다”고 전했다. 이어 “여권의 지지율이 꺾이는데도 한국당이 그 반사이익을 못 챙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당의 웰빙 체질, 참 안 바뀐다”고 적었다.

이 같은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논조에서 알 수 있듯이 ‘릴레이 단식’ 논란은 한국당이 자초했다. 정유섭 의원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조중동의 논조마저 ‘민주노총’ 조합원 소속 기자들의 영향이라고 주장할 셈인가. 한국당의 ‘기승전-민주노총’ 프레임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오늘 발언은 전국언론노조에 소속된 수많은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며, 더불어 조중동 기자들까지 모욕한 것과 다름없다. 자유한국당이 정신 차리길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인 것 같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