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사업을 언급하면서 예타 면제사업 선정이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18~2022)에 반영할 각 지방자치단체 예타 면제 신규 사업 발표는 오는 29일이다.

민주노총이 28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회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다수 신문이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채 기득권만 유지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다음은 28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힘뺀다더니 ‘줄고발’로 힘싣기 ‘검찰공화국’ 앞장선 정부·여당”
국민일보 “‘예규 로비’조사 착수 공직 기강 고삐 죈다”
동아일보 “고용재난에 울고, 사채에 피눈물”
서울신문 “#미투 1년…잠자는 법안 깨워라”
세계일보 “‘출산율 저하, 우리 탓입니까’ 인구정책 담당자들 울화통”
조선일보 “軍이 앞장선 ‘한일 감정싸움’”
중앙일보 “예타 면제 신청 61조 내일 33건 운명의 날”
한겨레 “미투 1년, ‘피해자다움’ 굴레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일보 “국민 52% ‘文정부서 사회갈등 늘었다’”

예타 면제, 선심성 정책 비판

문 대통령은 울산·경남을 방문해 울산외곽순환 고속도로와 남부내륙철도 등 예타 면제를 암시했고, 대전 지역 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세종~청주 고속도로 등 예타 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광역지자체별 1건’을 약속하며 기정사실화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북 익산을 찾아 새만금 신공항 건설과 상용차 혁신성장 구축산업을 위한 예타 면제 결정이 이달 안에 이뤄진다며 예타 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 28일자 경향신문 만평
▲ 28일자 경향신문 만평

예타 조사제도는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시작해 올해로 20년 됐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며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을 6개월 간 타당성을 조사해 국가재정 낭비를 줄이는 걸 목표로 하는 제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투자평가실이 담당한다.

예타 사업은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 등 평가항목을 충족해야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나 경제·사회적으로 긴급 상황을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목적·규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된 사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

전국 지자체가 정부에 요청한 30개 예타 면제 사업의 사업비는 경향신문 자체 추정 64조40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21개 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사업비는 41조원이 넘는다. 한겨레 추산 38개 사업 70조4600여억원이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추산으론 33개 사업 61조2500억여원 수준이다.

국민일보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을 “가장 주목을 받으며 동시에 논란을 일으키는 사업”으로 꼽았다. GTX B노선은 수도권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광역교통망의 핵심축으로 인천시의 숙원사업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지역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수요도 많아 예타를 수월하게 통과하지만 지역은 수요가 부족해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지역 균형’을 맞추는데 이바지 할 사업을 먼저 예타 면제할 방침이란 뜻이다.

이를 고려할 때 수도권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민일보의 예측이다. 이 신문은 “서울시의 동부간선도로 확장, 인천시의 GTX B노선 건설, 경기도 신분당선 수원 광교~호매실 연장 사업 등이 여기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경기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한겨레 “핵심 사업 탈락에…경기도 ‘수도권 역차별’ 반발”이란 기사를 보면 지난 25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부산시를 무가선 저상 트램 실증노선을 설치할 우선 협상 대상자로 발표했는데 10년간 트램을 준비해온 수원시와 트램 설치 구간을 이미 확보한 성남시는 모두 쓴잔을 마셨다고 전했다.

수원시는 “정부가 수원 등 수도권 40여곳을 투기과열지구 조정 대상 지역으로 지정한 상태에서 트램 공모까지 탈락시켰다. 수도권 역차별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중앙일보는 지자체들이 신청한 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려 정작 필요한 사업이 예타 면제를 받지 못할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6면 기사에서 ‘평택~오송 복복선 고속철도 사업’을 언급하며 “이 구간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열차 운행을 늘릴 수 없어 이 구간 지하에 복선 고속철도를 놓아 병목을 해소”한다며 “하지만 현재 예타 기준에서는 후속 사업에 대한 내용과 효과는 반영되지 않는 탓에 경제성 분석(B/C)”에 따라 사업 타당성을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하며 평택~오송의 병목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실제 남부내륙철도 열차를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업이 우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 현안에 가려 꼭 필요한 국책사업이 밀려선 안 된다고 했다.

예타 면제를 위해 지자체들이 수요를 과다 추정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경실련은 국정감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예타 면제 대상 사업 규모가 최대 42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히며 문재인 정부는 2017년 30조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추정까지 더하면 최대 72조원인데 이는 이명박 정부(60조원), 박근혜 정부(24조원), 노무현 정부(2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 28일자 한국일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관련 기사
▲ 28일자 한국일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관련 기사

예타 면제가 선심성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투자 부진과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명분을 강조하지만 정부 스스로 마치 선물을 나눠 주듯 지역 숙원사업을 콕 찍어 미리 언급하면서 면제 시에도 엄격한 요건을 거치도록 하는 예타 제도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예타 면제를 통한 총선용 선심 정책을 문 대통령 스스로 공공연하게 말씀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사설에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4대강 ‘예타’ 면제 비난하더니…문정부의 내로남불”에서 “이명박정부가 예타 면제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을 강력히 비난해 온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들”이라며 “전 정부에서 하면 예산 낭비요, 자신들이 하면 예타 면제해야 할 필수사업인가”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국가 균형발전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조 단위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지난 지방선거를 석권한 여당 출신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업적 쌓아주기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역시 사설 “예타 면제, 객관적 검증으로 나라 곳간 축내는 일 없어야”에서 “매년 5000억원의 유지관리비가 들어가는 4대강 사업 말고도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체육시설과 공항이 부지기수”라며 “그럼에도 선심성으로 예타를 면제해 준다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의구심만 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필요한 건 예타의 보완이지 예타의 정당성을 흔드는 게 아니다”라며 “올해 예정된 제도 보완 과정에서도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의 균형을 꾀하는 동시에 지역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 압박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정족수(과반 참석)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사실상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사노위 참여 의지에 대의원들이 불참으로 비토를 놓은 셈이다.

세계일보는 이번에 “대의원 정족수를 채운다 해도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통과될지 미지수”라며 “특히 대의원 350여명이 소속된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반대하는데 주목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친재벌 행보를 노골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자칫 ‘들러리’서는 꼴이라는 시선이 있다.

세계일보는 “경사노위 참여 불발은 향후 민주노총 지도부에도 타격”이라며 “지도부가 상정한 동일한 안건이 두 번 연속 무산되는 것이어서 김 위원장을 필두로 한 지도체제에 대의원들이 불신임을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일부 산별노조의 반대에도 김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를 강하게 주장한 것은 그가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참여한다 하더라도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주요 의제를 반대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기능이 희미해질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은 앞서 탄력근로제 확대, 정부의 최저임금 개편안 초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고 했다.

▲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럼에도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압박하는 게 다수 언론의 요구다. 국민일보는 사설 “민노총, 사회적 대화 복귀할 좋은 기회다”에서 “좀처럼 타결될 것 같지 않은 쟁점을 놓고 인내심있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결국은 합의점을 찾아가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때가 됐다”며 “사회적 대화와 타협 없이는 미래를 열어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 도입 등에 반발해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더 이상 총파업 같은 투쟁 일변도는 바람직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며 “지금은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시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을 기득권세력으로 규정했다. 이 신문은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를 주축으로 한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등 기득권 세력으로 비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요구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사설 “기어이 경제 멈춰 세우겠다는 민노총의 ‘7가지 청구서’”에서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라는 틀이 마련됐으니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냉랭한 반응만 돌아왔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큰 부작용을 낳자 정부가 최소한의 보완책을 만들겠다는데도 민노총은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고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비난이 이어졌다. 이 신문은 “연봉 1억원 가까운 조합원이 수두룩한 노동단체가 저소득층 일자리를 없애고 영세 자영업자 목을 조르는 일을 하고 있다”며 “경제를 살릴 최소한의 노동 개혁까지 가로막고, 기댈 노조조차 없는 90%의 근로자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한국에서 호황을 누리는 것은 민노총 뿐”이라며 “총파업을 강행하는 그들의 오만은 민노총에 한없이 너그러운 이 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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