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사장의 폭행 혐의 논란이 양측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폭행 피해자라 주장하는 프리랜서 기자 김아무개씨는 “얼굴, 어깨 등을 수차례 가격당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손 사장은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전부”라 반박하며 김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지난 24일 밤 9시15분께 기자 23명이 초대된 카카오톡 대화방에 지난해 8월께부터 이달 초까지 손 사장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캡쳐사진 11장을 공개했다. 대부분 손 사장이 김씨의 JTBC 취업을 알아봐주는 내용이다. 이를 공개한 김씨는 자신이 먼저 JTBC 취업을 청탁하며 손 사장을 협박했다는 손 사장 입장을 반박했다.

김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도 공개하며 손 사장이 2017년 교통사고를 낸 후 도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사고 사실 및 당시 동승자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손 사장이 기사를 막기 위해 일자리로 회유했다 주장했다.

▲ 25일 조선일보 12면
▲ 25일 조선일보 12면
▲ 25일 조선일보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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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며 의혹보도했으나 공개된 자료는 일자리 회유 의혹을 뒷받침하기 부족하다. 5개월 텔레그램 대화 기간 중 10여일 대화만 갈무리된데다 날짜 별로 띄엄띄엄 갈무리돼 앞뒤 맥락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누가 먼저 왜 제안했는지, 취업 요구를 누가 지속 제안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김씨는 “JTBC 탐사기획국 기자직 채용은 분명 손 씨가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손 사장은 “접촉사고 취재 중 김씨가 정규직 특채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상반되게 주장한다. 공개된 텔레그램 대화만으론 분간할 수 없다.

'전치 3주' 폭행도 들여다 볼 부분이다. 공개된 물증은 사건 이후 김씨가 녹음한 녹취록이 유일하다. 사건 현장엔 둘 밖에 없었다. 일부 언론은 손 사장의 ‘아팠다면 폭행이니 사과한다’는 답을 인용해 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가 공개한 11분 분량 녹음파일 맥락은 이와 온도차가 있다. 김씨는 녹음시작과 함께 “손석희 사장님, 방금 저한테 폭력을 행사하셨죠?”라고 물었고 손 사장은 물음 도중 웃으며 “야 그게 폭력이야? 앉아. 알았어. 앉아 앉아”라 답한다. 11분 대부분이 폭력을 인정하냐는 김씨 물음과 “그게 폭력이니?” “아팠니?” “생각해보니 물리적 강도와 상관없이 아플 수 있겠다” “사과한다” 등의 손 사장 답으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 김씨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손 사장은 “집요하게 취업청탁을 해온 김씨가 사고 당일에도 같은 요구를 했고 이를 거절하자 김씨가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했다. ‘정신 좀 차리라’고 손으로 툭툭 건든 것이 사안의 전부”라 주장했다.

손 사장이 김씨와 대화·만남을 지속한 배경도 쟁점이다. 손 사장 입장에선 취업 청탁하는 김씨가 반가울 리 없다. 김씨 공개 자료를 보면 손 사장은 5개월 간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씨와 손 사장은 지난 12월에도 한 차례 더 만났다.

김씨는 이와 관련 2017년 4월 손 사장의 접촉사고를 들었다. 손 사장이 2017년 4월16일 밤 10시께 경기도 과천 한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했고 피해자들이 추적해 도로변에 정차했으며 이후 150만원을 사비로 물어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피해자들은 당시 젊은 여성이 동석했다고 말했으나 손 사장은 어머니라 주장한다’며 동승자 의혹까지 꺼냈다.

손 사장은 “접촉 자체를 모르고 자리를 떠났을 정도로 차에 긁힌 흔적도 없었지만, 자신의 차에 닿았다는 견인차량 운전자의 말을 듣고 쌍방 합의한 것”이라며 “김씨가 지난해 여름 어디선가 이 사실을 듣고 찾아와 ‘아무것도 아닌 사고지만 선배님이 관련되면 커진다’며 ‘기사화 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반박했다.

동승자 의혹 관련해 손 사장은 “명백한 허위”라며 “이번 사안을 둘러싼 모든 가짜 뉴스 작성자와 유포자, 이를 사실인 것처럼 전하는 매체에 대해선 추가 고소를 통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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