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방송심의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받는다. 자체 심의결과 문제가 지적됐으나 이를 무시하고 ‘조현병 비하’ ‘선정적’ 폭력적‘ 방송을 내보내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 여야 추천위원 전원합의로 법정제재인 ‘주의’를 전체회의에 건의키로 의결했다. 소위에서 전원합의된 사안은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수준의 제재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법정제재 ‘주의’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감점되는 중징계다.

▲ 사진= 지난해 11월28일 방영된 SBS 황후의 품격 드라마 화면 갈무리
▲ 사진= 지난해 11월28일 방영된 SBS 황후의 품격 드라마 화면 갈무리

이 드라마는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극 중에서 테러가 일어나자 배우가 “테러범은 조현병 환자였답니다. 망상에 빠져 폐하를 공격한 모양이에요”라고 말하는 등 조현병에 편견을 조장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선정적·폭력적 장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21일 방영분에서 극 중 남녀배우가 지나치게 스킨십 하는 장면을, 지난해 11월28일 방영분에는 사람의 머리가 레미콘에 잠기도록 손으로 누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박영수 SBS 책임 PD는 “(조현병 환자 설정은) 무고한 시민을 정신병 환자로 몰아가는 기만과 위선을 묘사하기 위한 장면이었다. 극중 테러범은 조현병 환자로 여겨질 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고 태후가 명백한 거짓 진술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잔혹한 콘크리트씬은 짧게 묘사하려 노력했고, 청소년 보호시간대에 방영된 재방송에는 편집을 더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정주 위원은 “조현병 환자를 어떤 맥락에서 썼느냐가 문제다. 폭력적이고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사람은 조현병 환자라고 낙인찍는 게 문제다. 정신과 전문의에게 조현병 환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조언을 듣고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속 ‘잔혹’ ‘선정적’ 표현이 SBS 자체 심의에서 지적 받았으나 제작진이 이를 무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SBS 심의실에서 ‘황후의 품격’에 심의 의견 8건을 전달했다. 콘크리트 속에 매장하려는 장면과 선정적 장면들도 일일이 지적돼있다. 지적한 걸 고쳤다면 (심의를 받으러) 오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청소년 보호시간대에 재방송된 점도 지적됐다. 심영섭 위원은 “시청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작했어도 내부에서 조율해야 한다. 19 이상 시청가로 방송하면 큰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리턴’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 내용을 ‘15세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방송해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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