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2일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별위원회(특위, 위원장 이종걸)’를 출범한 가운데 주요 정치인들이 독립운동 역사를 미화하며 오히려 3·1운동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JTBC ‘정치부회의’는 “특위 위원장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라며 어떻게 특위 위원장을 맡았는지 물었다. 이종걸 특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이회영 선생이) 사학 재산을 처분한 것이 그때 당시 돈으로 600억이었다고 하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6조가 넘는 돈이었을 텐데”라며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만들어 그것이 항일무장투쟁의 기지가 됐다”고 말했다.

▲ 22일 JTBC 정치부회의 갈무리
▲ 22일 JTBC 정치부회의 갈무리

그러나 이회영 선생이 독립자금으로 전 재산을 팔아 마련한 돈은 40만원이다. 쌀값을 기준으로 이를 2000년대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600억원이다. 이는 역사학계에서 대체로 공유하는 수치로 다수 언론보도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종걸 위원장은 당시 재산이 600억원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현재가치로 추산하면 6조원이 넘는다고 가문의 행적을 미화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0월말 ‘2·8독립선언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역사학자인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미디어오늘에 “권총 한 자루에 30원, 친일의 대가로 크게 받은 돈이 몇 만원 하던 시대”라며 “할아버지 관련 기본 사실관계인데 실수할 거리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JTBC가 그대로 보도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3·1운동을 혁명으로 부르자는 제안도 지적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특위 출범식에서 “3·1운동을 혁명으로 명명하자”고 말했다. 혁명이란 체제가 바뀌거나 지배계급이 몰락하는 등의 변화를 말하는데 3·1운동을 혁명으로 볼 순 없다는 게 심 교수 주장이다.

▲ 22일 JTBC 정치부회의 갈무리
▲ 22일 JTBC 정치부회의 갈무리

그는 “심정적으로는 3·1운동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이건 역사왜곡”이라며 “간신히 뉴라이트의 역사왜곡을 막았는데 권력이 바뀌었다고 역사적 사실을 좋게만 해석해가면 또 쓸데없는 역사논쟁이 진행된다”고 지적한 뒤 “역사교육이나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출범행사가 100년을 맞은 3·1운동의 정신을 짚기 보단 인기영합주의로 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많은 언론사가 이해찬 대표와 이종걸 위원장 등 중진의원들이 태극기 들고 만세 부르는 사진으로 이날 출범식을 전했다.

▲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1운동·임시정부100주년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1운동·임시정부100주년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심 교수는 “지도부나 지휘부가 없이 각 지역에서도 독립선언문을 만들었던 민중의 자발적인 운동이 3·1운동인데 당대표 같은 분들이 앞줄에 서서 플래시 세례를 받는 식의 행사방식이 3·1운동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며 개탄했다.

그는 100주년을 기점으로 여당이 3·1운동과 임시정부를 기리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41년 충칭임시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건국강령을 보면 오늘날 노동3권과 유사한 노동권·파업권을 보장했고 아동·여성·노인의 사회보호를 천명했으며 여성과 남성의 평등도 보장했다”며 “정말로 기념하고 싶다면 저항의 의미,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한 독립비전을 기리며 이 가치로 100년을 나아가겠다는 새 사회적 선언을 하는 게 낫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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