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청와대 대변인이 하룻만에 해명성 추가입장을 내놓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제지 등 언론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국가가 기업을 지배하려 한다며 총공세를 편 데 따른 입장 표명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오후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행사규범)를 말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의 전제조건으로 대기업·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일부 오해가 있는 듯하여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 실현과 자본시장 발달을 위해 기업의 ‘중대‧명백한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행사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고 재차 밝혔다. 다만 김 대변인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여부와 범위)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논의결과를 참고해 기금운용위원회가 논의‧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국민연금은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정상적 기업경영에 자의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당연히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하고, 중대한 문제가 있거나 행사의 필요성이 있으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들 견해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윗선이 개입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정반대의 입장을 행사했다가 박근혜 탄핵과 구속, 관련자 처벌, 이재용 구속까지 낳았다. 그러니 김 대변인이 굳이 이 같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중대 명백한 위법’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같은 적극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김 대변인이 이런 설명을 한 것은 일부 언론과 야당이 한 목소리로 비난한 것과 무관치 않다. 24일 오전부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경제지 등의 파상적인 비난공세와 이를 받아 자유한국당이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조선일보는 24일자 1면 머리기사 ‘‘대기업 압박 카드’가 된 국민연금’와 3면 머리기사 ‘“며칠전 총수 불러 투자 당부하더니… 文대통령 대기업 시각 안변했다”’, 사설 ‘지금 정권이 국민 노후 자금 갖고 기업에 개입할 때인가’ 등의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 기업을 지배하는 ‘연금 사회주의’가 현실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당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사회주의’로 몰아갔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2면기사 ‘학계 “정부가 국민 노후자금을 기업 통제에 쓰나”’와 사설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적극 행사… 과도한 기업 길들이기 될라’를 실었다. 중앙일보 사설은 “대통령 발언이 기업 경영 자율성을 위협하는 과도한 가이드라인이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도 3면 기사에서 ‘규제·경영간섭에 죄인 취급까지… 기업 뛰게 한다더니, 손발 다 묶나’라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자유한국당도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비난에 나섰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기업의 잘못을 바로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업을 때려잡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업의 잘못을 바로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업을 때려잡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현재 ‘국민연금의 독립성도 전문성도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라는 비판이 많이 있다. 결국 연금 사회주의의 첫 발을 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한술 더떴다. 김 총장은 “드디어 문재인 정권의 삼성의 포스코와 삼성의 국유화 작업의 마각이 드러나고 있다. 제가 여러 차례 경고했듯이 이 정부는 삼성으로 대표되는 이 대기업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제 정책의 최대 걸림돌이라 여기고, 이 기업을 국가가 통제하고 나아가서 지배해야 된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을 지금 이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발언을 두고 24일자 일간지들이 쏟아낸 제목을 편집했다. 편집=김도연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발언을 두고 24일자 일간지들이 쏟아낸 제목을 편집했다. 편집=김도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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