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경의 마지막 관문은 인천공항 출국심사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보안검색요원)에서 소지품 등을 검사한 뒤 법무부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출입국 심사를 거치면 출국장으로 간다.

출입국 심사는 두 종류 방법이 있다. 법무부 공무원이 직접 여권 등을 확인하는 방법과 자동출입국심사대(자동심사대)에서 직원 없이 승객이 지문과 여권 등으로 심사받는 방법이다. 자동심사대에서 심사 받은 승객이 제대로 입국장·출국장을 빠져 나가는지 확인하는 이들을 보안요원이라고 부른다. 보안요원은 법무부가 채용한 민간인으로 공무원이 아니다. 이들은 자동심사대 근처에서 국경을 지키는 일을 한다.

보통 보안요원 1명이 5~6대의 자동심사대를 담당한다. 기계에 익숙치 않거나 지문 인식이 되지 않는 등 자동심사대 사용이 불가능한 이용객이 나타나면 보안요원이 사용법을 설명하거나 유인 심사대로 안내할 수밖에 없다. 이때 보안요안은 다른 심사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안요원의 업무가 자동심사대 질서유지(보안)와 안내인데, 보안요원은 이 둘을 병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 공항 자동출국심사대
▲ 공항 자동출국심사대

▲ 지난 2016년 1월29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베트남인이 자동심사대로 밀입국한 사실을 법무부는 11시간 뒤에 파악했다.
▲ 지난 2016년 1월29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베트남인이 자동심사대로 밀입국한 사실을 법무부는 11시간 뒤에 파악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인천공항 출국심사대를 역주행해 밀입국하려던 중국인이 적발됐다. 2016년 1월에도 한 베트남인이 자동심사대로 밀입국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고, 같은 달 중국인 부부도 밀입국했다. 보안요원 눈을 피해 자동심사대에서 밀입국을 돕는 브로커가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2016년 3월 당시 정부는 공항보안 강화대책을 마련했다.

한 보안요원은 “한 명이 심사받아 문이 열렸을 때 일행이 같이 들어가거나, 출국심사를 끝낸 뒤 다시 들어오는 사람, 심사가 안 끝났는데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며 “이런 사례가 드물 것 같지만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일어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10일 자동심사대를 늘리고, 야간에도 보안요원을 투입하는 등 근무체계 개편을 공지했다.

출국장의 경우 현 28대에서 44대로, 입국장은 현 30대에서 48대로 자동심사대가 늘어난다. 오는 2월부터 실시예정인 인천공항 제2터미널 야간근무 여부를 놓고 찬반투표도 진행했다. 법무부 공무원과 갑을관계에 있는 보안요원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보안요원 증원이 없어 쉬는 시간이 사실상 없어지는 등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동시에 국경의 구멍도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등록외국인 등도 자동심사대에 사전등록절차 없이 이용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이전까진 외국인이 자동심사대를 이용할 땐 사전등록해야 했다. 외국인 자동심사대 이용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어 능력을 보고 보안요원을 선발한 게 아니라서 자동심사대 앞 혼란이 커질 우려가 있다. 한 보안요원은 “외국어 좀 할 줄 아는 요원이라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모두 상대할 순 없다”고 했다. 말이 안 통하는 순간 유인 심사대로 안내하는데 이 동안 다른 여러 대의 자동심사대는 무방비상태가 된다는 거다.

▲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공항 이용객에게 폭언, 폭행으로 시달리는 일은 많다.
▲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공항 이용객에게 폭언, 폭행으로 시달리는 일은 많다.

지나친 감정노동도 보안을 위협한다. 보안요원들은 공항 이용객들로부터 욕설과 폭행에 쉽게 노출돼있다. 기계가 잘 작동하지 않거나 사용법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직원에게 화풀이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보안요원 뿐 아니라 공항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이런 순간도 보안 사각지대다.

법무부가 채용한 직원들로 구성된 법무부 노동조합(위원장 한완희) 관계자는 “상주직원들 앞에 있는 것처럼 자동심사대 앞에도 욕설금지 팻말을 설치해달라고 했지만 법무부가 외면하고 있다”며 “팀장(법무부 공무원)은 보안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보안요원들을 감시할 뿐”이라고 전했다. 공항 보안검색 중 폭언·폭행 등은 항공보안법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이런 우려에 법무부는 보안사고가 날 우려가 없고 일부 보안요원들의 요구는 관계부처(기획재정부 등)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23일 미디어오늘에 “자동심사대는 2인 감지 기능이 있어 두 명이 동시 진입하면 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경보음이 울린다”며 “자동심사대 후면에 출입국 공무원을 배치해 보안근무를 수행해 보안사고가 발생할 우려는 없다”고 답했다.

▲ 법무부 로고
▲ 법무부 로고

등록외국인 심사에는 “자동심사대에 내장된 디스플레이 등으로 이용방법을 제공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며 “현장에서 외국어 안내가 필요할 경우 출입국 공무원이 적극·신속하게 안내해 보안요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근무체계 개편 등에 “보안요원들이 얘기한 쉬는 시간이란 일시적으로 항공기가 없어 승객이 없을 때 생기는 반사이익일 뿐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에 해당한다”며 “야간 근무에 동의한 요원만 야간근무를 실시하므로 야간 업무를 늘린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인원 증원 필요성은 인정했다. 법무부는 “다만 자동심사대 이용 증가가 예상돼 보안요원 증원을 위해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욕설 경고 팻말설치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법무부는 “출입국공무원(팀장) 등이 욕설하는 승객을 적극 제지·응대하고 있다”며 “보안요원이 자동심사대 이용자 폭언으로 심리적 위축을 호소해 대응책으로 욕설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구 등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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