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에게 악명 높은 기자가 있다. 그 이름은 강대호 기자다. MK 스포츠 소속 강대호 기자가 쓰는 기사는 매번 화제다. 축구팬들은 강 기자 기사에 험한 댓글을 달고 강 기자 역시 독자들 댓글에 반응해 재댓글을 단다.

강 기자 기사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선수를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다. 기사의 근거는 논란을 일으킨다. 독자들은 강 기자를 ‘어그로꾼의 황제’라고 부른다.

무턱대고 ‘까는’ 자극적 제목과 불명확한 본문 내용으로 독자 주목도를 일부러 높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쏟아진다. 강 기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독자와 논쟁하는 모습도 연출한다.

가장 최근 논란을 일으킨 기사는 이렇다.

강 기자는 “이강인 유럽축구연맹 선정 유망주 톱52 제외”라는 기사에서 “UEFA(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는 2019년을 맞이하여 ‘올해 지켜볼 만한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 52명을 공개했다. 비유럽 유망도 8명 포함됐지만 이강인의 이름은 없다”고 보도했다. 이에 독자들은 ‘역시나’ 강대호 기자의 기사라면서 반박 댓글을 달았다.

한 독자는 “이강인은 유럽 나이로 17이잖아. 저 명단에는 18세 이상만 있구만 왜 그렇게 이강인을 못 잡아서 안달일까”라고 비난했고, 이에 강대호 기자는 직접 실명으로 “이강인은 다음달 만 18세가 된다”고 재댓글을 달았다.

강 기자는 독자들의 댓글이 이어지자 “UEFA(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는 2019년을 맞이하여 ‘올해 지켜볼 만한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 52명을 공개했다”는 문장에 “나이에 대한 특별한 기준 없이 추려”라는 대목을 추가했다. 

▲ 1월 22일자 MK스포츠 강대호 기자의 기사.
▲ 1월 22일자 MK스포츠 강대호 기자의 기사.

독자들이 강대호 기자에게 분노하는 것은 이처럼 불확실한 내용을 갖고 우리나라 선수를 폄훼하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봐서다.

다른 한 예로 강 기자는 지난해 10월31일 “발렌시아 이강인, ‘일본계’ 다비드 실바 넘어라”라는 기사에서 스페인 라리가(1부 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 선수를 “동양계 대선배” 다비스 실바와 비교했다.

강 기자는 다비드 실바에 대해 “다비드 실바는 14세였던 2000년, 이강인은 2011년 10살의 나이로 발렌시아 유스가 됐다. 실바는 2010년 7월14일 친정팀에 이적료 2875만유로(371억6196만원)를 안겨주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시티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때 다비드 실바가 한국계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스페인 지역지 ‘라프로빈시아’와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은 ‘일본 혈통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라고 전한 바 있다”며 “‘라프로빈시아’는 다비드 실바 고향 카나리아 제도를 근거지로 하는 125년 전통의 언론이라 보도의 신빙성이 높다. 실바의 모친에 대해 ‘카나리아와 일본의 피가 절반씩 흐른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제목에 이강인 선수와 ‘일본계’라는 유명 선수를 비교해 주목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독자들은 다비드 실바는 필리핀계라며 “일본으로 어그로 끌어서 조회수를 높이지 마라”, “한국계라는 루머가 퍼졌을 때 실바 본인한테 문의해서 필리핀 혈통인 거 확인했다” 등의 반박성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강 기자는 “다비드 실바 일본계 맞다…할머니 사촌 인터뷰”라는 기사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실바의 혈통이 필리핀계라는 정보는 대한민국에서만 정설로 여겨진다. ‘일본계’라는 주장은 일가친척을 취재한 결과물”이라고 보도했다.

독자들은 다시 “똑같은 신문을 들고 왔네(원 기사에서 같은 신문을 재인용) 본인이 아니라고 했다니까”, “그럼 인류를 아프리카에서 비롯됐으므로 우린 모두 아프리카계”라고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독자는 “댓글에 빡쳐서 반박 기사 올리는 기자는 살다 살다 처음이네”라며 강대호 기자를 비난했다.

▲ 지난해 10월 31일 강대호 기자의 기사
▲ 지난해 10월 31일 강대호 기자의 기사

또 다른 예로 강 기자는 지난 19일 “16강 상대 바레인 언론 ‘한국 3순위 전력’”이라는 기사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 중인 우리나라 전력에 대한 바레인 현지 언론 반응을 전했다.

강 기자는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 바레인판은 18일 아시안컵 16강 토너먼트 우승 후보로 일본과 이란에 이어 한국을 마지막으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한 누리꾼은 “골닷컴에는 바레인판이 없다. 해당 매체(강대호 기자의 기사)가 인용한 건 잉글리시 에디션 기사다. 이를 두고 ‘바레인 현지 반응’을 운운하기엔 부적절하다”며 “3순위라는 말 또한 맞지 않다. 그냥 유력 우승 후보 세 팀 중 마지막으로 거론됐을 뿐이다. 간단한 독해만 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누리꾼은 영어 원문 기사까지 제시했다.

독자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리하게 엮는 기사도 발견됐다. 강 기자가 지난달 작성한 “이승우보다 작은 日 쇼야 EPL 유력…이적료 252억”이라는 기사는 “이승우의 키는 공식 프로필 기준 173cm다. 164cm의 신장으로도 유럽프로축구에서 성공 중인 일본 공격수 나카지마 쇼야가 빠르면 이번 시즌 후반기 빅리그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포르투갈 스포츠지를 인용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한 팀이 나카지마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252억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일본 선수의 이적료를 소개하는데 난데없이 이승우 선수의 키가 등장했다. 강 기자가 쓴 기사 중에는 “이승우에게 3년 전만 해도 유망주 랭킹에서 뒤졌던 스페인 미드필더가 자국 명문 FC바르셀로나 성인 1군 소속으로 첫 리그 득점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있다.

▲ 지난해 12월 강대호 기자가 작성한 기사
▲ 지난해 12월 강대호 기자가 작성한 기사

이쯤 되면 강 기자가 일부러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깎아내려 독자들을 기사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문제는 강 기자가 이에 항의하는 독자들의 댓글에 전혀 개의치 않고 독자와 싸우는 경향을 보이는 점이다.

축구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강 기자에 대한 댓글 반응을 보면 이렇다.

“이분은 그냥 한국 축구 안티라고 봐도 무방하다. 있는 트집 없는 트집 다 잡아서 선수든 팀이든 뭐든 국적이 한국이면 다 까고 있는데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하다.”

“차원이 다르다. 네티즌과 기사로 소통하는 뉴스 관계망 서비스의 창시자다.”

“대한민국 선수단에 대한 기사를 적을 때 자국 비하형 제목과 글 내용에 이상한 통계치를 가지고 깎아내리는 기사를 자아내서 조회수를 올리는 낚시왕.”

축구팬 정아무개씨는 “(강 기자는) 믿고 거르는 존재인데, 이게 또 자극적인 제목을 보면 클릭해서 기사를 보고 후회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 축구 커뮤니티 ‘싸커라인’에는 강대호 기자 관련 글이 빈번히 게시돼 왔다. 강 기자가 쓴 기사에 분노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사진=커뮤니티 화면 캡처
▲ 축구 커뮤니티 ‘싸커라인’에는 강대호 기자 관련 글이 빈번히 게시돼 왔다. 강 기자가 쓴 기사에 분노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사진=커뮤니티 화면 캡처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사마다 손흥민 선수 까대고 한국축구 비판만 하는 강대호 기자를 해고해주세요. 활약 좋을 때는 기사 한번 안 쓰고 매일 비판 기사만 써서 손흥민 이승우 같은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지게 합니다. 비판은 할 수 있지만 너무 비판만 하니 문제입니다”라며 강 기자를 해고해달라는 게시물까지 올라왔다.

강 기자의 기사에 독자들이 일제히 강 기자를 비난하는 댓글을 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강 기자의 별칭인 ‘강따이호우’의 음절을 하나씩 쓰고 욕설을 하는 식이다. 강 기자가 해외 선수 이름을 잘못 표기하고 기사에서 일본 선수만을 치켜세우는 내용이 많아 강 기자의 별칭을 독자들이 ‘강따이호우’라고 붙였다.

강 기자는 일부러 자극적인 보도와 한국 선수들을 폄하하는 내용으로 독자들 주목도만을 높이는 기사를 쓴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할까.

강 기자는 23일 통화에서 “기자는 자기 글로 말하는 건데 더 붙일 게 없다. 개인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수나 관계자도 아닌데 입장 요청에 일일이 답할 의무가 없다.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 저는 글로만 말하겠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통화가 끝난 후 회사 쪽 공식 입장이라며 “특정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주장에 편승해 제 실명이 나오는 기사가 보도되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강 기자는 “댓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제 별칭으로 욕설을 다는 현상도 있다. 제 모든 기사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댓글 다는 사람이 정말 다양한 사람이 아니다. (특정 사람의) 항의 전화로 업무가 방해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 포털의 일간 조회수 별로 기사를 보는 게 있는데 제 기사의 경우 한 건당 100만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런 분들 의견을 복수라고 칭할 수 있겠느냐. 제 기사가 우리나라 선수를 폄훼했다고 하는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일례로 일본 선수의 이적료를 전하는 기사에 이승우 선수 키를 등장시킨 것에 대해 “일본 선수는 이승우 선수와 함께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승우 선수가 키가 작다는 이유로 적응이 어렵다고 하는데 유럽 축구에서 성공 여부는 키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기자는 “제 기사에 근거가 다 있는데 어떻게 일일이 반박을 하나. 공익적 취재가 아니라 명예훼손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다른 언론과 타사 기자들이 우리나라 선수에 대해 호의적으로 쓰고 있지 않느냐. 왜 내가 호의적으로 써야 하나. 비판적인 시각도 있는 것 아니냐. 제 기사 중에는 호의적으로 쓰는 기사도 많다”며 “부정적인 뉘앙스의 기사를 왜 어그로라고 생각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좋은 말을 하면 금방 잊고, 나쁜 말을 하면 오래 기억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끝으로 “최근 작성한 기사 중 한국인과 한국계 혈통의 선수들에 대해 호의적으로 쓴 기사도 많았다. 제가 한국 선수를 폄훼했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휴대전화를 통해 최근 자신이 쓴 기사 수십 개의 링크를 보냈다. 이 가운데에는 손흥민 선수와 박항서 베트남 감독의 활약상이 담긴 기사들도 있었다.

강 기자가 속한 MK 스포츠에 대해 매경닷컴 측은 “매경미디어그룹에서 스포츠를 담당하기로 했던 매경닷컴의 관계사 매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MK 스포츠 측은 “MK 스포츠는 매경닷컴과 제휴사다. 홈페이지를 공유한다. 매경닷컴에서 스포츠 코너에 들어가면 MK 스포츠로 연결된다”며 “시스템을 공유하도록 돼 있다. 아무 관계가 없는 건 아니다. 경영이 분리된 독립법인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기사 수정 : 1월 24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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