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중소기업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질 때 우리는 대기업에게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의 사례를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습니다. 우리도 골목에서 세계적인 요리사가 탄생하고, 골목에서 혁신적 발명품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공정경제를 통해 혁신이 날개를 펴고, 함께 성장하는 포용국가를 만들어 가기를 희망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경제전략회의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일본과 우리의 공정경제 환경을 이같이 소개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대기업에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하는 한편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틀린 것을 바로잡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공정경제전략회의는 지난해 11월 회의에 이어 두 달만에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가 주인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상생경제는 대기업 자신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 중소기업의 사례를 들어 “좋은 아이디어가 넘쳐도 혁신적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이끌어 주려면 사회적 안전판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수많은 청년 창업가와 개척자들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지켜주고, 쓰러져도 다시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이 바로 공정경제”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가 만든 상생의 기반 위에서 정당한 보상이 주어질 때 혁신은 더욱 활발해지고, 혁신성장 열매가 공정하고 고르게 나누어질 때 포용국가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지난해 공정경제 성과를 두고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는 공정경제의 기반을 닦았다. 을을 보호하면서 갑과 함께 상생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영세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를 위해 생계형 적합 업종을 법제화했습니다. 가맹점의 불공정 신고에 가맹본부의 보복행위를 금지하고, 보복행위에 손해액의 3배를 배상토록 해 가맹점 보호를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에 원가 등 경영 자료를 요구하거나 전속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해 중소기업의 차별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하도급 대금 직불을 확대해 원청자가 부도나더라도 하도급 업체가 발주자로부터 직접 대금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하도급 서면 실태조사에서 ‘대기업의 부당한 대금을 경험했다’는 하도급 업체 비율이 2017년 4.2%에서 2018년 3.5%로 줄었고, ‘하도급 관행이 개선됐다’고 답한 비율도 2017년 86.9%에서 2018년 94%로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의 책임있는 자세를 강조한 문 대통령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소유 지배구조를 개선한 결과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2017년 9월 93개에서 2018년 12월 5개로 대폭 감소했다. 법무부는 대기업 위법 사례에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을 상대로 한 3건의 소송을 포함해 입찰 담합 소송 25건을 제기해 44억원을 환수하는 실적을 올렸다. 사상 최초의 성과”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을 축소해 일감 몰아주기 같은 사익 편취를 해소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공정경제 성과를 국민이 직접 체감하도록 “소비자 권익 보호 과제도 적극 발굴 추진해야 한다”며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 등에서 불공정한 거래로 소비자가 피해 입지 않도록 영업 관행과 약관 등을 면밀히 살피고 개선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공공 분야가 선도하도록 공공기관의 불공정 관행에도 철저한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계류 중인 많은 공정경제 법안과 관련해 “기업 소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상생 협력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협력법,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한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 또는 개정 법안들이 국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모두 시급한 법안들”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약속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다시 한 번 간곡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는 국회에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민병두 정무위원장, 유동수 정무위·송기헌 법사위 여당 간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정부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박능후 보건복지부·이재갑 고용노동부·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회·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윤종원 경제·정태호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조한기 1부속·최우규 연설기획·이진석 정책조정·도규상 경제정책·김영배 민정비서관, 김의겸 대변인 등이 동참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2차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2차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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