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방위산업체인 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 노동자들이 23일 오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 앞에 모였다. 한화테크윈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노조탄압을 시도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데에 ‘최종 결정권자’ 김 회장에게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노조원들의 회장 집앞 ‘집단 상경’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 4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성북동 김승연 회장의 집 앞에서 김 회장에게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 회장이 자택 내부에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테크윈지회는 ‘차량이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고 했다.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 4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성북동 김승연 회장의 집 앞에서 김 회장에게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 4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성북동 김승연 회장의 집 앞에서 김 회장에게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는 항공기와 구축함, 헬기 등에 쓰이는 엔진을 만드는 방산 제조업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5년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회사 이름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꾸었다. 이후 한화테크윈은 5개사(에어로스페이스·지상방산·정밀기계·파워시스템·테크윈)로 쪼개졌다. 그러나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2015년 노조 결성 당시 이름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이들은 “노조탄압이 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한화테크윈 전무·상무·팀장 등 3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2015년 현장관리자이자 노조원인 직장·반장들에게 잔업·특근 배제, 고용연장 보장 등을 언급하며 탈퇴를 종용한 혐의다. 검찰은 “이 방식으로 같은 해 하반기 창원2사업장에서 금속노조 소속 직장 37명이 전원 탈퇴하고, 그해 12월 반장 45명 중 25명이 탈퇴했다”고 밝혔다.

삼성테크윈지회는 “한화의 각종 노조탄압으로 노조 결성 당시 1300명이던 조합원 인원은 현재 850여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고발 당한 22명 가운데 6명은 구약식(벌금), 2명은 기소유예, 나머지 11명은 ‘혐의없음’ 처분했다.

삼성테크윈지회는 김 회장이 검찰이 인정한 조직적 노조탄압의 최종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한화가 2014년 매각 당시 ‘경영과 무관한 재벌들의 거래’를 반대하며 결성한 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했고, 그 최종 명령권자가 김 회장이라는 것이다. 조합원 6~7명은 지난 18일부터 김 회장 집 앞 농성을 이어왔다.

▲ 정병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동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정병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동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삼성테크윈지회는 “멀쩡한 회사가 경영과 투자 상황과 무관하게 재벌의 말 몇 마디에 매각됐다. 이를 저지하려 노조를 결성하자 회사는 이간질과 탄압에 나섰다”고 했다. 정병준 삼성테크윈지회 지회장은 “한화 그룹은 철저히 군대식 문화다. 임금·단체협약 교섭하면서도 사장의 위임을 받은 대표가 ‘그룹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하는 곳이다. 김승연 회장의 결심 없이는 이런 범죄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소된 이들은 노조파괴의 실행범일 뿐 명령권자가 아니다. 김승연 회장을 수사선상에 올려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 회장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과 사설 경비원들이 막아 전하지 못했다.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경찰과 김 회장 측 경비원이 막아서자 김 회장의 집 방향으로 항의서한을 찢어 던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경찰과 김 회장 측 경비원이 막아서자 김 회장의 집 방향으로 항의서한을 찢어 던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의 ‘노조탄압’ 책임 소재를 묻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지난 201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은 다음달 10일 끝난다. 노조는 김 회장이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경영에 복귀하리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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