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체된 청와대 일부 수석‧비서관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특정 몇몇 인사가 총선에 나간다고 밝혀 논란이다. 청와대는 아예 청와대 비서진 교체사유를 총선출마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특정 정치인의 총선 경력관리용 발판이냐, 국회의원이 청와대와 대통령을 위해 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주요 수석 교체 언급이 나오면서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 가운데 총선 출마 예상자들이 이미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대표 인사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 자역구인 서울 종로나 자신의 과거 지역구인 서울 성동을에서 준비한다는 예상이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전북 익산을 지역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경기 성남 중원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연합뉴스 등은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 정태호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 백원우 민정비서관(경기 시흥갑),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충남 서산 태안) 등도 총선 전 지역구에서 준비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의 경우 앞서 19·20대 총선에서 출마한 경남 양산갑 지역위원장으로 곧장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했다.

예상으로 끝나지 않고,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 언급해 사실로 확인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1일 백원우 민정비서관 대신 김영배 정책조정비서관으로 교체되는 등 비서관 전보인사 배경을 묻자 “백원우 비서관은 나가시면 휴식 기간을 가진 뒤에 총선 준비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백원우(왼쪽)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조국 민정수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백원우(왼쪽)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조국 민정수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다른 기자도 ‘이미 지난번에 출마 수요를 조사해서 비서관 인사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당시 민정비서관은 대상이 아니었잖느냐. 그때 인사가 안 났던 이유에 대해서 후임자 인선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번 민정비서관은 후임자도 내부 인사로 됐고, 오늘 백원우 비서관 인사가 난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김 대변인은 “백원우 비서관이 오늘 나간 특별한 이유는 없다. 총선 나가실 분들, 본인의 사정이나 지역구의 형편, 여러 가지 등을 고려해서 순차적으로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권혁기 전 춘추관장도 지난해 연말부터 여러 차례 본인이 총선 출마를 위해 그만 둔다고 직접 밝혔다. 이런 사정을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더구나 김 대변인 얘기는 총선 나갈 사람이나 본인의 사정, 지역구 형편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이 맡긴 대통령 권력을 보좌하는 자리인 청와대 비서진은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데도 2기 청와대 구성에 총선 나갈 사람, 지역구 형편을 따지고 있다는 것은 청와대 비서 업무가 얼마나 무거운지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23일 ‘청와대 비서진을 떠나는 사유가 좋은 인사를, 적임자를 찾기 위한 그런 방식의 교체여야지, 비서진의 개별적인 총선 출마 때문에 인사를 하고, 그런 설명을 한다는 게 바람직한 것인가, 청와대 비서 업무가 자칫 개인의 경력 쌓기나 디딤돌로, 개인 정치용으로 활용되는 우려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김의겸 대변인은 “기자가 (알아서) 판단해달라”고 답했다.

김보협 한겨레 기자도 지난 22일자 기사에서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이들의 정치적 공백을 메워주기 위한 자리 보전 배려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이들의 ‘경력 관리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오른쪽)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이 지난해 8월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오른쪽)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이 지난해 8월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는 23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다면 묻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대표하는 것인가. 국민을 대표하는가, 청와대나 문재인을 대표하는 것인가. 집권당의 멤버로서 국정운영을 돕고,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총선에 임하겠다는 것도 민주주의 기본을 망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부를 견제하고 청와대를 비판할 수 있어야지 국회의원 자리 하나 얻어 권력과 유착돼 대통령을 옹호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차라리 청와대에 남아있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이 많았던 과거 정부의 예를 들어 “당신들은 대체 과거정부와 뭐가 다르냐고 할 때 ‘우리는 굉장히 옳은 역사관, 촛불혁명으로 태어나 다르다’라고 하겠지만, 그것은 자기 합리화이다. 권력을 통해 이뤄지는 메커니즘은 똑같다. 권력을 이용해, 청와대가 (국회의원 되게끔) 경력쌓게 해주고 배려해주려는 것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비서관들이 전문적이고 정무적인 능력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 일부 그런 선택을 한다고 청와대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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