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파인텍 고공농성 노동자가 426일만에 땅을 밟는 모습을 생중계한 유일한 뉴스 채널이 있다. YTN ‘노종면의 더뉴스’다. 이들이 75m 높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해설과 함께 30분간 방송을 탔다. 그간 방송사들이 외면한 현장이었다.

노종면 더뉴스 앵커는 이를 YTN의 변화라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로 보도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건 사내·외 중론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YTN도 격변기를 겪었다.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해고된 해고자들이 복귀했고 최남수 전 사장이 불명예 퇴진했다. YTN은 3년째 신뢰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더뉴스는 그 노력 중 하나다. ‘10년 해직자’ 노종면 기자가 앵커 겸 책임 PD를 맡으면서 화제가 됐다. 방영 시간대는 오후 2~5시,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정치 보도 신뢰 회복이다. “지난 10년의 퇴행 중 민감한 정치 이슈를 외면한 문제가 가장 컸기에 민감할수록 더 파고드는, 본질을 전달하는 보도”를 보여주겠단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1일 노 앵커를 만나 더뉴스 제작 이야기를 들었다.

▲ 노종면 YTN 더뉴스 앵커가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노종면 YTN 더뉴스 앵커가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앵커멘트에 삼성·재벌 대기업 비판이

뉴스는 노 앵커의 ‘키워드’로 시작한다. 사회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상징하는 열쇳말을 골라 2분 남짓한 앵커 멘트와 함께 전하는 식이다.

재벌 대기업을 향한 비판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11일 열쇳말은 ‘솜’이었다. 11일은 한국거래소가 4조5천억원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유지키로 결정한 다음 날이다. 노 앵커는 “솜은 스스로 부풀어 오르는 탓에 옷·이불·베개를 부풀리는데 쓰인다. 솜 같은 기업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라거나 19일 ‘그물’을 들며 “유독 한 마리 물고기만 못 잡는 그물이 있다. 우리 사회 법망이다. 짐작하겠지만 물고기는 삼성”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광고주를 견제 못한 과거에 대한 반성이 있다. 노 앵커는 “권력에 당당하게 맞서 싸운 언론도 광고주 권력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과거 YTN도 그 중 하나였다”며 “뉴스를 준비할 때부터 생각했다. 광고주인 삼성 관련 문제가 터졌을 때 YTN이 고민할수도 있겠다는. 광고주 권력과 언론 간의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간다. 그래서 사안이 터지면 절대 회피하면 안된다 여긴 문제가 바로 경제권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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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YTN 더뉴스 갈무리
▲ 사진=YTN 더뉴스 갈무리

‘비정규직’도 꾸준히 등장했다. 노 앵커는 “지난 10년 정치·경제 권력층 중심의 보도를 보고 떠난 시청자에게 ‘다시 변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서부발전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산재로 사망했을 때 노 앵커는 “방탄소년단 노래를 즐겨들었던 청년이 있었다”며 ‘방탄’을 꼽았다. “선진화로 포장된 공기업 민영화, 수익은 늘리고 책임은 면하는 죽음의 하청 구조, 여기에 비정규직 문제까지 겹친 청년 노동자 죽음”이라며 “자본의 전쟁터에서 돈은 실탄이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를 위한 방탄복이 시급하다”고 했다.

시행착오 쓴 소리에 “더 분발할 것”

오프닝은 노 앵커가 퇴근 후 직접 쓴다. 수십 분 새 끝낼 때도, 다음 날까지 완성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는 “앵커는 말하는 직업이다. 앵커의 말은 본인 생각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려면 본인 생각을 벼려야 하고 신중하게 말해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률 회복은 아직 더디다. 1% 아래에 머물러 있다. 내부에는 “이제 걸음마 단계의 아이인데 평가가 너무 성급한게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노 앵커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더 정치’와 관련된 고민이 크다. 더뉴스에는 더여론, 더파일, 더비평, 더문화, 더스포츠 등 코너가 요일별로 진행되고 정치이슈를 다루는 더정치는 매일 진행된다. 더정치는 여야 패널을 한명씩 불러 20여분간 토론을 붙이는 코너로 민감한 현안을 다루면서 쟁점을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했다. 더정치는 패널 '싸움붙이기'로 흐르지 않고 명확한 논점 전달을 꾀한다. 

금요일 더정치는 정치신인의 무대다. 지난 11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직후엔 고은영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과 장예찬 시사평론가가 나와 회견에 담긴 청년 정책을 비평했다.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과 장예찬 시사평론가가 나왔다.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 박진호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등도 주요 패널이다. 모두 40대를 넘지 않는 청년층이다.

“쟁점이 뭔지, 어디까지가 의혹이고 팩트인지, 의혹에 붙은 정황증거는 얼마나 구체적인지를 보여주고 ‘이 사안은 이리 보면 되겠습니다’ 말해야 하는데. 스스로 만족스러운 점수를 못 준다. 이게 과제다.” 초기 시행착오를 겪는 중엔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단체에서 ‘토론이 산만하다’ 거나 ‘다른 코너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더뉴스는 그 과정에서 준비부족을 인정하고 일부 코너를 없애거나 방향을 수정하는 등 수정 과정을 거쳤다. 출범 한 달 보름이 지난 지금은 전보다 안정됐다. 노 앵커는 “초기 목표치와 현실과의 괴리가 조금은 좁혀졌고 전보다는 안정을 찾고 있다”며 “쉬운 방법, 쉬운 길 유혹에 빠지지 않고 기존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 노종면 YTN 더뉴스 앵커가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노종면 YTN 더뉴스 앵커가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10년 전 등 돌린 시청자에 “YTN 변화 봐달라”

노 앵커는 “오랜 공백은 무섭지 않았다. 유일하게 두려운 건 시청자 눈밖에 없다”고 말했다. 10년 간 언론 환경, 동료기자 보다 더 급속히 변한 게 언론을 향한 시청자의 관심도였다. 오보를 감시하는 눈, 보도의 질을 비교하는 눈도 더 날카로워졌다. 그를 포함한 제작진들은 업무 틈틈이 SNS, 포털 등을 모니터하며 시청자 피드백을 확인하고 있다.

더뉴스 시간대엔 60대 이상 시청자가 많다. 노 앵커는 “이분들이 YTN 보도로 현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 시청자층을 40대 중후반까지 확장하는게 저희 목표이자 희망”이라고 했다.

노 앵커는 “10년 전 YTN을 찾았던 시청자층에서 이탈한 분들이 상당하다고 본다. 더뉴스는 그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더 잘해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있다”며 “YTN의 변화를 봐주시고, 지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믿고 돌아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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